북한 원자력연구소가 ‘교도통신’에 밝혀
2007년 가동 중단된 핵시설 재가동 공식 확인
2007년 가동 중단된 핵시설 재가동 공식 확인
북한이 영변 핵 단지에서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의 추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 정부 등에서 영변 핵시설에서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작업이 시작됐다고 밝힌 적은 있지만, 북한 당국이 이를 공식 확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17일 북한 원자력연구소가 북핵 개발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영변 핵 단지의 5㎿급 “흑연감속로에서 꺼낸 사용후 핵연료로 재처리했다”며 핵무기 제조에 쓰이는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했음을 공식적으로 시인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핵무기의 다른 원료가 되는 농축우라늄에 대해서도 “핵 무력 건설과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농축우라늄도 계획대로 생산하고 있다. 미국이 핵무기로 우리를 항시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조건 아래서 핵 실험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밖에 북한은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다종화를 이뤘고 수소폭탄을 보유하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고, 전력난 해소를 위해 100㎿급 경수로 건설을 추진 중임을 새로 밝혔다. <교도통신>은 북한 원자력연구소가 취재 질의에 서면 형식으로 이렇게 답변했다고 밝혔다.
영변 핵 시설과 관련해선 지난 4월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 노스>가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가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포착됐다고 지적했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미 국무부도 6월 초 “북한이 사용후 핵연료를 꺼내 냉각시킨 뒤 재처리시설로 가져가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를 확인한 바 있다.
영변 핵단지는 북한의 핵 개발을 상징하는 핵심 시설로 그동안 국제사회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 특히 5㎿급 흑연감속로 등은 6자회담 합의를 통해 2007년 7월 전격 가동된 적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3차 핵실험 직후인 2013년 4월 핵 개발과 경제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병진노선’을 명분으로 시설의 정상 가동을 선언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북한이 영변에서 플루토늄 추출을 재개했음을 공식화한 것은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영변의 흑연감속로에는 최대 8000개의 핵연료봉을 탑재할 수 있고 이를 재처리할 경우 6㎏ 정도의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시설이 본격 가동되면 북한이 보유하는 핵탄두 수가 꾸준히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보도된 대로 북한이 재처리를 했다면 이는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 관련 활동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정부는 관련국 및 국제기구들과 대응 방안을 긴밀히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플루토늄 추가 확보를 위한 재처리를 지속 추구해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북한의 재처리 가능성에 대해 관련국들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북핵 문제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관련국들과 북한의 핵 활동 관련 정보를 공유해왔다”며 “북한이 2013년 8월 핵시설을 재가동했으니 지금쯤 재처리를 할 시점이 되긴 했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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