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김포아트홀에서 열린 ‘2016 한겨레-김포 평화통일학술제’에 참석한 이재석 파주 디엠지평화학교 교장(맨 왼쪽)이 ‘분단현장에서 마주하는 평화와 생명’이라는 주제로 평화교육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김포/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9일 김포아트홀에서 열린 ‘평화통일학술제’에서는 김포를 비롯한 접경지역 도시들이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선도적 구실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접경지역 도시들은 남북경색 국면에서 가장 피해가 큰 곳이다. 따라서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동력도 접경도시들에서 찾을 필요가 크다는 것이다.
이번 평화통일학술제는 김포시가 제1회 한민족 디아스포라 포럼과 함께 연 학술회의다. 김포시는 두 학술행사는 남북접경도시인 김포시가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주도적 구실을 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으고자 마련한 자리다.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서 4년간 대북협상을 담당한 김진향 여시재 선임연구위원은 ‘평화통일을 위한 지역생활권의 미래 비전’ 제목의 발표에서 평화통일을 위한 필요 요소를 국내과제, 남북관계, 국제과제로 나눈 뒤 각 영역에서 접경지역 도시들의 역할을 제시했다. 우선 국내과제에서는 “평화·통일교육 시범학교·기관 지정” “모범사례 발굴” 등을 통해 접경도시들이 지역 내 평화·통일교육을 확산시키고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접경지역 도시들이 남북관계 재개를 한발 앞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포시 등의 경우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이 다시 시작되는 것에 대비해 “원·부자재 공급 및 물류기지로서의 기능을 갖추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평화외교 분야에서는 세계 평화단체들과의 연계를 통한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해 전쟁 위험 등을 낮추는 것도 접경지역 도시들의 주요 과제라고 밝혔다.
이날 평화통일학술제에서는 이와 관련해 김포·고양·파주 등지에서 진행된 평화교육 사례들이 발표됐다. 첫 발표에 나선 한광식 김포대 교수는 “김포시는 접경도시들이 평화구현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2015년 8월 ‘대한민국 평화문화도시 1번지’ 선포식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김포시는 평화교육 차원에서도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김포 평화학교’를 시가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준수 고양평화누리 상임이사는 “고양시는 접경지역일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이후 군이 부역자 소탕을 이유로 양민을 학살한 금정굴 사건이 일어날 정도로 이념투쟁이 극렬했던 곳”이라며 “이런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를 정착·확산시키기 위해서는 평화엔지오들이 많이 생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상임이사는 “세계적인 평화의 모범도시 히로시마는 100만명 남짓한 인구에 평화운동 단체가 300여개나 된다”고 지적한 뒤 “고양에서도 2010년 평화통일운동단체인 고양평화누리가 생겨난 이후 고양파주통일시민학교 등 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비무장지대(DMZ) 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파주 ‘디엠지 평화학교’의 이재석 교장은 “많은 이들이 통일을 염원하며 비무장지대를 찾지만 정작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분단에 대한 이미지뿐”이라며 “평화통일교육이 활성화되려면 평화통일의 이름으로 분단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 및 통일을 얘기하는 콘텐츠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런 평화교육 콘텐츠 강화를 위해 김포시와 고양시, 파주시가 연대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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