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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일본과 나눌 2급 군사비밀 정보가 뭐냐고요?

등록 2016-11-25 20:47수정 2016-11-25 20:57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박병수
정치에디터석 통일외교팀 선임기자 suh@hani.co.kr

“비밀정보가 뭐죠? 예컨대 김정은이 프라다를 입는다, 뭐 이런 것도 비밀정보인가요?”

<한겨레> 토요판의 ‘친절한 기자들’ 꼭지 담당 권은중 부장과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얘기를 하다 나온 질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 대답은 “아닌 것 같다”였습니다. 군사기밀보호법을 보면 군사기밀은 “누설되면 국가안보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정보로 정의돼 있습니다. 위험이 “치명적”이면 ‘군사 Ⅰ급 비밀’, “현저한”이면 Ⅱ급 비밀, “상당한”이면 Ⅲ급 비밀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뭘 입는가가 국가안보와 관련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하나 더 볼까요. ‘김정일 양치질 사건’ 기억할 겁니다. 2008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국가정보원이 국회에 “김정일이 양치질할 정도는 된다”고 보고한 사건입니다. 이건 어떨까요? 북한 최고권력자의 건강 정보이니 다를 것 같지 않습니까? 또 정보 누출로 정보원이 역추적되는 바람에 대북 정보망(휴민트)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도 하니, 비밀 같아 보입니다.

군 당국에 문의하니, Ⅰ급, Ⅱ급, Ⅲ급 비밀이 무엇이고 얼마나 되는지는 그 자체가 보안 사안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6월30일 기준으로 Ⅰ급은 10건 미만, Ⅱ, Ⅲ급은 합쳐서 47만여건이라고만 선심 쓰듯 알려줬습니다. 군 주변의 얘기로는 한·미 연합사의 작전계획인 ‘작계 5027’, ‘작계 5015’나 ‘음어’ 등이 Ⅱ급이고, 부대 편제나 조직도 같은 것은 Ⅲ급으로 관리된다고 합니다. ‘암구호’는 비밀에도 끼지 못하고 그 아래인 ‘대외비’라고 합니다. 이번 한-일 정보협정은 Ⅰ급을 뺀 Ⅱ급, Ⅲ급 비밀이 적용 대상입니다. Ⅰ급이 많아 봐야 전체 비밀의 0.00002%에 불과하니, 사실상 거의 모든 비밀이 해당됩니다.

국방부는 이번 협정의 필요성으로 일본의 우수한 정보수집 능력을 들고 있습니다. 한국엔 없는 정찰위성도 5기가 있다고 하고, 오랫동안 러시아 잠수함을 추적해온 경험이 축적돼 북한 잠수함 감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일본의 군사정보가 정말 그렇게 유용할지 제대로 점검·평가했을까 의문입니다. 국방부가 일본의 대북 정보를 실제 구경해본 적도 거의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게다가 우리 군은 이미 미군의 군사정보를 받고 있습니다. 일본의 위성이 미군의 위성보다 더 우수할까? 반대 여론이 압도적인 이런 일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혼란 와중에 그렇게 꼭 강행해야 했을까? 대답 없는 의문이 꼬리를 뭅니다.

군사정보보호협정의 내용 그 자체는 별게 없습니다. 정보를 마음 놓고 주고받을 수 있도록 서로 제공한 정보를 각자 국내법으로 잘 보호하자는 내용입니다. 정보를 의무적으로 줘야 하는 것도 아니고 각자의 판단과 필요에 따라 교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요동치는 동북아시아 안보환경을 시야에 넣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미국의 동북아 패권전략은 부상하는 중국의 봉쇄에 맞춰져 있습니다. 일본도 중국을 사실상 위협으로 여기며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미·일은 이런 대중국 전선에 한국을 끌어들이려 합니다. 한·미·일 3각 체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한-미, 미-일 동맹을 축으로 하는 한·미·일 3각의 빈자리인 한-일 군사협력의 강화가 필요합니다.

정보협력은 모든 군사협력의 기초이며 출발점입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한-일 군사협력 강화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미·일 대 중국의 대결 구도에 속절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끌려들어가는 것입니다. 이게 우리한테 좋은 일일까요? 중국에선 이미 사드(THAAD) 때문에 한류 거부 소식이 들리지 않습니까?

일본 언론은 협정 체결 다음날인 24일 일제히 “일본이 유사시 일본인 철수를 위해 한국군 배치, 공항·항만 정보 등을 요청할 것”이라는 보도들을 쏟아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협정이라는 그간의 국방부 설명이 무색합니다. <마이니치신문>은 심지어 “방위성이 기대하는 건 한-미 작전계획 등”이라며 “이번 협정으로 한·미·일이 더욱 실전적인 훈련이나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일 군사협력, 어디까지 갈까요? 우리 군은 한-일 군사협력에 어떤 전망이나 밑그림을 갖고 있을까요? 갖고 있기는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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