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의 두번째 여성 용의자로 추정되는 여성(원 안)이 1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의 한 경찰서에서 이송되고 있다. 중국 〈CCTV〉 화면 갈무리/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의문의 핵심은 누가, 왜 그를 죽였으며, 그의 죽음이 몰고 올 파장은 무엇이냐로 모아진다. 해외의 북한 전문가들도 여러가지 추측과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 전문 매체인 미국의 <엔케이뉴스>(NKnews)는 16일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의 말을 따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만으로는 북한의 소행일 것이라고 말하는 건 이르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에 딸린 북한 전문 정보업체인 ‘엔케이프로’의 트리스탄 웹 수석애널리스트는 “많은 이들이 김정남의 반체제 발언을 응징하기 위해 김정은이 암살을 명령했다고 추정하지만, 다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테면 북한의 적대국이 김정남을 암살해 북한 지도층 내부에 추가적 공격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며 “어느 국가나 정부기관도 연루되지 않은, 순전히 개인적 사건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김정남의 주검 이송 이후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국영 매체에서 그의 죽음을 보도하고 추도식이 치러질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북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김정남의 죽음과 북 정권의 연계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 체제가 김정남 피살과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김정남은 평양에 살지 않았고 북한 내 주요 인사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죽음이 북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난다면, 김정은이 이번 사건으로 다른 북한 사람들에게 체제에 비판적 발언을 하면 대가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전문가인 케네스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 연구원은 “(김정남 피살의 배후가 북한이라면) 이는 김정은의 권력 강화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은 체제 내부의 권력 투쟁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며 “국가안전보위부와 정찰총국 등의 충성경쟁 과정에서 김정남이 희생양이 됐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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