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포스트>의 애나 피필드 특파원이 16일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출입문 옆에 붙어 있는 명판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북한 대사관에서 취재진이 더는 초인종을 누르지 못하도록 제거해 버렸다”고 설명했다. 애나 피필드 트위터 갈무리
지난 13일 숨진 김정남의 시신 인수 문제를 놓고 북한 당국과 유족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질 조짐이다. 한국 정부는 “말레이시아가 사건 종결 전까지는 시신을 인도하지 않는 입장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시신 인도에 앞서 충분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프리말레이시아 투데이>는 16일 마카오에 거주하는 김정남의 둘째 부인이 중국 정부에 김정남의 시신을 인수하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김정남의 둘째 부인(이혜경)은 마카오에 한솔·솔희 남매와 거주하고 있으며, 첫째 부인(신정희)은 중국 베이징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언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씨가 말레이시아 주재 중국 대사관을 통해 이런 요구를 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은 부검 전부터 시신 인도를 강력히 요청해왔으나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아맛 자힛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가 부검 다음 날인 16일 “북한의 시신 인도 요구는 수사 절차에 따라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시신이 북한 당국에 넘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당시 그는 “시신은 모든 경찰 절차와 의학 절차가 완료된 뒤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대사관에 인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말레이시아 부총리가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는 말레이시아 쪽이 금번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는 시신을 인도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시신 인도에 부정적 반응을 나타낸 바 있다.
유족의 등장으로 인해 앞으로 김정남 시신 처리 문제가 다소 복잡하게 전개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또 말레이시아 경찰은 가족이 유전자 정보를 제출하기 전까지는 시신을 인도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신 인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17일 압둘 사마흐 마트 셀랑고르 경찰서장이 “이제까지 어떤 유족이나 친족도 신원을 확인하거나 시신을 요구하지 않았다. 우리는 사망자 프로필과 맞는 가족 구성원의 디엔에이(DNA) 견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북한 당국은 시신 인도 요청서를 제출했지만 우리는 시신을 인계하기 전에 이 시신이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지 확인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남의 시신은 17일 현재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
박병수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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