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경찰 수사발표 뒤 남는 의문점
말레이시아 경찰이 파악한 북한 국적의 ‘김정남 피살 사건’ 용의자들. 홍성학(왼쪽 위), 오종길(오른쪽 위), 리지현(왼쪽 아래), 리재남(오른쪽 아래). 사진 쿠알라룸푸르/박수지 기자
관심 집중돼 사건 휘발성 높여
북 연루 질문에 말레이 당국 신중
국적만 확인해준채 “추정 않는다”
현지 언론 “리정철 정찰총국 요원”
참고인 리지우 별칭은 ‘제임스’ 그럼에도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 배후설’에 여전히 신중하다. 이브라힘 차장은 이날 회견에서 “북한 정부가 연루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용의자들이 북한에서 왔다는 것은 확인했다”면서도 “추정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런 태도는 북한과 외교관계를 고려한 측면도 있겠지만, 사건과 관련해 풀리지 않는 의문이 여전히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김정남을 조용히 암살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북한이 전문 암살 요원 대신 굳이 어설픈 외국 여성 2명을 내세울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범행 장소로 도처에 폐회로카메라(CCTV)가 설치된 공항을 선택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더 스타> 등 현지 매체는 경찰 소식통의 말을 따 “수많은 폐회로카메라만 아니었으면 완벽한 범행이 될 뻔했다”고 전했다. 범행 수단으로 독극물을 사용한 것도 ‘은밀한 처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한편으론 검출이 어려운 새 독극물을 사용해 ‘완전범죄’를 노렸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내용이 공개돼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되레 사건의 폭발성만 높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력 용의자 전원이 북한 여권을 사용해 추적을 쉽게 만든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들이 특수 훈련을 받은 전문 요원이라 신분 노출을 피해 도주하려 했다면, 얼마든지 위조 여권을 사용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주 노동자’로 말레이시아 당국에 등록해 공개된 신분인 리정철을 범행에 가담시킨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현지 언론의 보도처럼 리정철이 ‘북 정찰총국 요원’이라면, 관련자들이 체포된 이후에도 그가 도주하지 않고 가족과 살던 집에 머물다 체포된 사실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매우 이상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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