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26년만에 ‘비핵화 균열’ 우려
아직은 북 대응 여러 옵션 중 하나
‘힘을 통한 평화’ 주장해온 트럼프
중국 역할론 겨냥 추진 배제 못해
‘핵무장’ 주장 여당 보수세력 반색
유승민·남경필 “상시 배치 환영”
문재인·안희정 등 야권주자 “반대”
아직은 북 대응 여러 옵션 중 하나
‘힘을 통한 평화’ 주장해온 트럼프
중국 역할론 겨냥 추진 배제 못해
‘핵무장’ 주장 여당 보수세력 반색
유승민·남경필 “상시 배치 환영”
문재인·안희정 등 야권주자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가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그 배경과 향후 논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한미군이 전술핵을 다시 들여온다면 26년 만의 재배치다. 주한미군은 1958년 1월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지대지미사일 ‘아니스트 존’과 280㎜ 핵대포 등의 배치를 확인했고, 이후 공중투하 핵폭탄, 155㎜ 핵대포, 핵배낭 등을 반입해 운용했다. 그러나 냉전 해체 흐름이 뚜렷하던 1991년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의 핵감축 계획에 따라 이들 전술핵무기는 한반도에서 철수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미국과학자연맹’(FAS)의 자료를 보면, 미군은 2016년 말 현재 B61 전술핵폭탄 500기를 보유하고 있다. B61은 F-15와 F-16, B-52, B-2 등 다양한 항공기에서 투하할 수 있다. 미국은 이들 B61 핵폭탄 150기를 벨기에와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 5개 나라의 군기지 6곳에 배치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본국에 보관하고 있다.
미군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는 독자적 핵무장론과 함께 그동안 여당 등 국내 보수진영에서 강력히 제기해온 주장이다. 북한이 잇따라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핵능력을 고도화하면서 이제는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줄어든 만큼 ‘핵에는 핵으로’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군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포함한 핵무장론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자극하는 등 동북아의 안보 정세에 파장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문제로 격랑이 일고 있는 한-중 관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또 1991년 남북 비핵화 선언에도 어긋난다. 이 선언을 폐기할 경우 북한에 핵무기 포기를 요구할 법적·도덕적 근거를 스스로 훼손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겠다”며 미군 전술핵 재배치 요구 등을 배척해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이었다. 미국은 핵우산 등을 포함한 확장억제력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런 한·미 당국의 기존 정책을 시야에 넣고 보면, 이제 출범 한달여밖에 되지 않은 트럼프 행정부가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고 나섰다는 것은 분명 눈에 띄는 태도 변화로 보인다. 그만큼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전술핵 재배치가 실제 얼마나 무게 있게 검토되는지는 불투명하다. 아직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모든 옵션들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수준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전술핵 재배치를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방부에 미국의 핵능력 강화 방안을 검토해 보고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힘을 통한 평화’의 신봉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압박, 더 나아가 중국의 역할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들고나올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이런 움직임을 보일 경우 국내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북 핵·미사일 문제가 근본 해결될 때까지 (전술핵을) 상시 배치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전술핵 재배치에 찬성한다. 반면 안희정 충남지사 쪽 박수현 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미국 전략자산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헛되이 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도 모두 반대 입장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이경미 기자 suh@hani.co.kr
아시아 태평양 해역에서 훈련 중인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3일(현지시각) 남중국해를 항해하고 있다. 미군은 이날 기자들을 초청해 항해 장면을 공개했다. 이는 남중국해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중국과 미 동맹국들에게 동시에 과시하려는 신호로 풀이된다. 베이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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