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21일 대선후보 초청 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주적 논란’과 관련해 “현재 국방백서에 적으로 규정돼 있는 것은 북한밖에 없다”며 “사실상 같은 개념”이라고 말했다.
정말 주적과 적은 같은 개념일까. 전날인 20일 ‘적과 주적을 같은 뜻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백서에 나와 있는 표현대로 이해하면 되겠다. 더 이상 거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신중한 국방부 설명의 맥락을 뜯어보면, <국방백서>에 굳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주적과 적은 뜻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태 이후 보수 쪽의 강력한 ‘주적 부활’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국방부가 2010년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으로 표현했다. 주적이란 표현을 피한 이유가 있었다. 먼저 군사용어로 주적은 실제 교전상태에 있는 상대에 사용한다. 이는 현재 정전 상태인 한반도 군사 상황과 맞지 않는다.
<국방백서>가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하면 북한 자체가 전쟁 대상이란 틀에 국한된다. 북한은 적이자 통일로 갈 동반자란 이중 성격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당시 국방부는 주적 표현 대신, 북한 정권과 북한군으로 적의 대상을 좁혔다.
주적 개념에 대한 주변국의 ‘항의’도 있었다. 북한이 주적이면 그럼 중국, 일본은 부적이냐는 반발이었다.
당시 국방부가 주적 표현을 피한 것은 국방백서를 발간하는 세계 어떤 나라들도 주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는 점도 고려됐다. 미국은 위협(threat)이란 표현을 쓰고, 러시아도 근본 위협이란 표현을 쓴다. 독일은 냉전 시기에 군사적 위협이란 말을 사용했다. 통일 이후 독일은 불특정 위협을 뜻하는 ‘도전’이란 표현을 쓴다. 분쟁 중인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아랍, 중국과 대만 등도 상대를 겨냥한 주적이란 표현을 피한다. 일례로 중국은 교전 중인 상대를 적(敵), 교전 가능성이 있는 상대를 가상 적, 전쟁 가능성이 거의 없는 대상을 대수(對手)로 구분한다. 중국군은 내부적으로 대만을 가상 적으로 간주하지만 공식적으로 이를 표현하지 않는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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