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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뭘 할 수 있나

등록 2017-07-07 19:22수정 2017-07-07 19:25

북한은 4일 오후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 “이날 오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티브이 화면을 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북한은 4일 오후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 “이날 오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티브이 화면을 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박병수 통일외교팀 선임기자 suh@hani.co.kr

북한은 놀라운 나라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 팩트북>을 보면, 북한의 2015년 국내총생산(GDP)은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400억달러다. 1조9290억달러인 남한의 48분의 1로, 세계 115위다. 1인당 지디피도 1700달러에 불과하다. 세계 최빈국에 속한다. 1990년대 중·후반 극심한 가뭄으로 수십만에서 수백만으로 추정되는 인구가 굶어죽는 최악의 상황은 넘겼지만, 여전히 아이들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는 나라다. 그런 나라가 며칠 전 몇천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첨단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렸다. 전세계적으로 6번째다. 이런 극단적 부조화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최고권력자의 “미제국주의와 맞짱 뜨겠다”는 강력한 의지만으로 이처럼 하늘과 땅만큼이나 크게 벌어져 있는 간극을 메울 수 있을까.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역사는 198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소련이 기술 이전을 거부하자 옛소련제 스커드-B를 이집트에서 사들여 부품을 분해한 뒤 다시 거꾸로 맞추는 역설계 방식으로 스커드-B 제작 기술을 익혔다고 한다. 그러나 옛소련이 스커드-B 기술을 직접 전수해줬다는 주장도 있다. 이렇게 걸음마를 뗀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1990년대 초 소련 붕괴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끊긴 소련 연구소의 기술자들을 영입해 한 수 배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노동과 무수단, 대포동 등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이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이들 미사일은 모두 1950~1960년대의 낡은 기술에 기반한 것이었다. 스커드-B, 스커드-C와 노동 미사일, 대포동과 은하 발사체 등은 모두 옛소련에서 1950년대 개발된 ‘R-17’의 엔진 또는 그 개량형을 달고 있고, 또 무수단과 KN-08, KN-14 등은 옛소련에서 1960년대 초 개발된 ‘R-27’ 엔진 또는 그 개량형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돼왔다. 그런 만큼 낡은 기술의 한계도 분명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비약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과거 옛소련의 전통과 단절된 새로운 미사일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시험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과 올해 쏜 지상 발사용 미사일 ‘북극성-2’형은 북한에선 보기 드문 고체연료 로켓이다. 올해 잇따라 쏘아 올린 중거리미사일(IRBM) ‘화성-12’형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은 북한에 익숙한 액체연료 로켓이지만 전혀 새로운 유형의 엔진으로 추정됐다. 북한은 지난해 3월 이후 지금까지 로켓 엔진 실험을 모두 4차례 공개했는데, 이 과정에서 고유의 로켓 엔진들이 자체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 제프리 루이스 제임스마틴비확산센터(CNS) 동아시아프로그램 책임자는 지난 4일 <워싱턴 포스트>에 화성-14형이 “옛소련의 고물 엔진을 복제하거나 조합한 것이 아닌 ‘진품’”이라며 북한이 독자 개발한 고유 로켓 엔진을 장착한 점에 주목했다. 북한 미사일 개발이 질적인 전환을 겪고 있는 셈이다.

아직 변화는 초기 단계다. 북극성이나 화성-12형, 화성-14형 모두 1~2차례 시험 발사만 했을 뿐이다.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있는지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가기 때문에 약간의 초기 오차도 목표물을 수십 킬로미터 빗나가게 할 수 있다. 북한은 아직 초정밀 유도 기술을 입증한 바 없다. 앞으로 몇차례 시험 발사가 더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북한이 결국 미국 본토를 제대로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갖기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남은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막을 방법이 아주 없는 것 같진 않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공개해왔다. 이는 핵심 전략무기 개발의 공개를 꺼리는 통례와 다른 행동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군사적 의미뿐 아니라 정치적 의미를 크게 부여한다는 방증이다. 대내 민심 결집용이고, “대북제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이다. 동시에 “정치적 타협의 여지도 있다”는 속내도 읽힌다. 이제 공은 미국 쪽 코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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