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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한이 괌에 ‘화성-12’형을 쏜다면…

등록 2017-08-11 19:53수정 2017-08-11 20:36

북한 시민들이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미국에 반대하고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슬로건을 들고 주먹을 뻗으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시민들이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미국에 반대하고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슬로건을 들고 주먹을 뻗으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병수
정치에디터석 통일외교팀 선임기자

지난번 7월8일치에 쓴 ‘다음주의 질문’이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뭘 할 수 있나’(▶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801935.html)였다. 북한이 최근 밝힌 괌 주변의 포위사격 계획은 마치 이에 대한 북한의 답변처럼 느껴진다. 물론 북한이 괌 타격에 동원하겠다고 한 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이 아니라, 중거리미사일(IRBM) ‘화성-12’형이다. 그러나 그 효과는 마찬가지다. 미국의 영토가 북한의 직접 타격권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실감할 수 있도록 극적인 방식으로 최대한 언론의 관심을 끌어들이며 알린 대목에선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프로파간다의 솜씨가 느껴진다.

미국은 자국 영토가 외국군에 직접 공격을 받은 적이 별로 없다. 과거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이 거의 유일하다. 냉전 시기 소련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직접 노출됐고 지금도 이런 사실엔 변함이 없지만, 위협의 강도나 수준은 그때와 전혀 다르다. 미국이 북한의 ‘괌 공격’ 엄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단언할 순 없다. 그러나 <에이피>(AP)나 <시엔엔>(CNN) 등 외신이 앞다퉈 괌 현지 반응을 내보내는 것을 보면 아무 일 없었던 듯 그냥 지나갈 수는 없게 된 것 같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수전 라이스가 10일 <뉴욕 타임스>에 “냉전 시기 소련의 수천기 핵 위협을 용인한 것처럼, 꼭 해야만 한다면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할 수 있다는 점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 대목에선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북한이 미사일을 실제로 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북한은 시한을 “8월 중순까지”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화성-12’형의 실전 능력은 입증된 바 없다. 북한은 ‘화성-12’형의 시험 발사에 단 한 차례 성공했을 뿐이다. 탄도미사일은 여러 차례 시험 발사로 오류를 점검해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력시위용 발사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 엄포라고만 치부할 수도 없다.

남북대결의 과거 선례도 북한의 행동을 예측하는 기준으로는 부족하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때, 북한은 미리 “북쪽 영해에 대한 포사격 훈련을 중단하지 않으면 즉각 물리적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연평도 주둔 해병대가 이를 무시하고 예정대로 포사격 훈련을 하자, 북한은 경고문 발송 6시간 만에 연평도를 향해 실제 무차별 포격에 나섰다. 그러나 2013년 봄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북한은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에 대한 반발로 “1호 근무태세 돌입” “전면대결전의 최후단계 돌입” “무자비한 작전이 최종 검토·비준된 상태” 등 잇따른 험악한 용어로 긴장을 극적으로 끌어올렸으나, 무력도발을 하진 않았다. 2015년 8월에도 ‘목함지뢰’ 사건을 계기로 긴장이 고조되자 북한이 “준전시 상태”까지 선포했으나 흐지부지됐다.

북한이 실제 ‘화성-12’형을 괌으로 날려 보내면 미군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사드의 ‘화성-12’형 요격 능력을 신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화성-12’형은 중거리미사일이다. 사드는 애초 단거리(SRBM)·준중거리(MRBM)미사일 타격용으로 설계됐으며, 지난달 처음으로 중거리미사일 요격 실험을 했다. 그동안 15차례 요격 시험 성공을 자랑하지만, 중거리미사일 요격 성공은 단 한 차례뿐이다. 미국이 SM-3가 장착된 이지스함을 괌 주변에 배치할 가능성도 있다. 요격고도가 500㎞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 SM-3 미사일은 애초 중거리미사일 요격용으로 제작됐다. 미군은 아예 선제타격으로 ‘화성-12’형을 제거할 수도 있다. ‘화성-12’형은 액체 추진제 미사일로 발사 전 추진제를 주입해야 한다. 발사 준비가 미군의 정찰위성 등 감시자산에 포착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일이 벌어지면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파도가 한반도를 덮쳐 파국적 재앙도 예상된다. 그러나 전례를 보면 위기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2013년 봄 정면충돌 위기는 9월 개성공단 재가동 합의 등을 고비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됐고, 2015년 일촉즉발의 험악한 상황은 그해 8월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거치며 남북대화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의 합의로 이어졌다. 다시 한번 위기가 기회로 전환되는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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