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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공격→방어→보복…‘한국형 3축 체계’는 뜨거운 감자인가

등록 2017-11-05 09:57수정 2017-11-05 10:03

[토요판] 김종대의 군사
독자적 북한 미사일 대응전략

지난 9월15일 우리 군이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북한의 도발 원점을 고려해 지대지미사일 현무-2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사거리 300~800㎞의 현무 지대지 미사일이 15m 안팎의 길이에 3m 폭인 북한 미사일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15일 우리 군이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북한의 도발 원점을 고려해 지대지미사일 현무-2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사거리 300~800㎞의 현무 지대지 미사일이 15m 안팎의 길이에 3m 폭인 북한 미사일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 대방동 공군회관에서 개최된 제20회 항공우주력 국제학술대회에서 눈길을 끄는 발표가 있었다. 오후에 시작된 제2주제 세션에서 항공대학교의 장영근 교수가 발표한 ‘한국형 3축 체계의 군사적 효용성’이 그것이다. 한국군이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독자작전 계획으로 발전시켜온 3축 체계는 지난해에 작전 개념을 최종 완성하고 2020년대까지 총 47개 무기체계(57개 사업)에 57조4795억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제1축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를 발사 이전에 탐지해 제거하는 선제공격 계획(킬 체인)이고, 제2축은 북한 핵미사일이 발사된 이후 공중에서 한국군의 요격미사일로 방어하는 계획(한국형미사일방어·KAMD)이며, 제3축은 핵미사일로 공격받은 이후에 대량으로 북한에 보복·응징하는 계획(대량응징보복·KMPR)이다.

1축(공격)-2축(방어)-3축(보복)으로 구성된 이 계획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따른 한국군의 독자적 작전수행 개념으로 공인된 상황이지만, 기술적 한계와 천문학적 재정 부담에 따르는 효용성의 문제, 미국 측의 집요한 견제 등으로 숱한 논란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비핵 국가인 우리나라가 북한의 핵미사일을 억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인식돼,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방 재원을 대폭 증액하여 가속화할 예정이다. 국가 중장기 재정계획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인 2022년에는 국방 예산을 59조원 규모로 확대하면서, 3축 체계 조기구축에 최우선적으로 재원을 배분할 예정이다.

이동식 발사대 한 대라도 성공률 0.12~2.64%

그런데 장 교수에 따르면 현재 한국군이 계획하는 3축 개념에는 명확한 기술적 한계가 있다. 먼저 제1축인 킬 체인의 경우 한국군이 5기의 정찰위성을 이용해 임무수행을 한다는 시나리오로 분석한 결과, 북한이 단 한 개의 이동식 발사대(TEL)로 핵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이를 사전에 식별하고 제거하는 임무수행 성공률은 0.12~2.64% 수준에 불과하다. 장 교수는 “만일 북한이 다수의 이동식 발사대로 여러 군데에서 발사 준비를 할 경우 임무수행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미국도 2000년대 초에 이란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 위협 대응방안으로 초대형·고해상도·고대역폭의 군사위성(Military Space Radar) 체계를 계획했으나 당시 환율로 따져 우리 돈 100조원에 이르는 예산과 기술적 한계로 인해 실행을 중단한 바 있다. 따라서 군사위성으로 북한의 발사 징후를 완벽하게 수집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위성이 아닌 다른 출처의 정보, 예컨대 신호정보, 인간첩보, 통신정보가 확보되지 않으면 이동 후 발사 준비에 소요되는 18분 내에 다량의 표적을 확보하기란 불가능하다.

킬 체인·KAMD 기반한 독자작전 계획
57조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
“표적식별 어렵고 미사일 정확도 낮아
천문학적 돈만 들고 해결책 못돼” 반론

미 “한국형 미사일 방어 실효성 없다”
동북아판 통합공중미사일방어 의지
한·미·일 3각 군사동맹 짜이는 꼴
예방외교와 위기관리 시스템 서둘러야

장 교수는 “설령 표적을 확보했더라도 핵미사일과 재래식 탄두를 구별할 수 있느냐는 가장 어려운 성공의 전제조건”이라고 주장한다. 단지 핵미사일일 것이라는 심증만으로 선제공격을 감행할 경우 이는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유엔헌장 위반이며, 심각한 정치적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장 교수는 확실하게 핵미사일을 발사한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한국군이 가장 많은 재원을 투입하고 있는 사거리 300~800㎞의 현무 지대지 미사일이 15m 안팎의 길이에 3m 폭인 미사일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의 정확도(공산오차·CEP)는 이 요구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정확도가 우수한 500~1500㎞의 현무-3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경우에도 속도가 느린 이 미사일이 표적에 도달하는 데는 20~30분이 소요되기 때문에 긴박한 순간에 이동식 발사대를 성공적으로 타격할 수 있을지는 더욱 불투명해진다. 결국 “재래식 무기체계로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비용 투자만 요구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그가 주장하는 요지다.

정부가 추진 중인 ‘3축 체계’의 실효성이 낮다면, 한국형미사일방어가 성공하기 위해선 경북 성주에 배치된 미국의 사드 체계 레이더 정보가 한국군 미사일방어에 지원되어야 한다. 사진은 지난 9월10일 미군이 성주 사드 기지에 추가로 반입한 사드 발사대 시설 보강공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 중인 ‘3축 체계’의 실효성이 낮다면, 한국형미사일방어가 성공하기 위해선 경북 성주에 배치된 미국의 사드 체계 레이더 정보가 한국군 미사일방어에 지원되어야 한다. 사진은 지난 9월10일 미군이 성주 사드 기지에 추가로 반입한 사드 발사대 시설 보강공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제2축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의 경우 미국에서 도입하는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체계(PAC2/PAC3)와 한국이 독자 개발한 중거리 지대공미사일(철매·M-SAM), 개발이 완료된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등이 투입된다. 이런 요격무기에 사용되는 레이더는 지역방공레이더 또는 다기능레이더로 탐지 사거리가 제한되고, 북한 미사일이 35㎞ 이상 상승해야 탐지할 수 있다. 장 교수는 이런 한국형 요격미사일 체계는 “발사 준비시간, 탄도미사일 교전에 필요한 비행시간 등 총 대응시간이 부족하다”며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들 요격 자산들을 통합한 한국형미사일방어 통합시스템이 필요하지만, 통합 시험은 물론 성능 검증도 이루어진 바 없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조차 탄도미사일방어체계 개발과 검증에 30년 이상이 소요”되는 현실에서 미국의 지원 없이 한국군이 독자적인 다층 방어체계를 구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미국이 한국형미사일방어를 부정하는 이유

장 교수의 주장에 따를 경우, 한국형미사일방어가 성공하려면 미국 사드 체계의 레이더 정보가 한국군 미사일방어에 지원되어야 한다. 그런데 바로 이 점에서 미국이 가장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한국군은 합참의장 산하에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 두 가지 작전을 관장하는 케이(K)2 작전수행본부를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공중방어를 담당하는 공군작전사령관 산하에도 항공우주작전본부장이 있고 여기에 K2 작전수행본부를 설치해놓았다. 이 기구가 설치되면서 우리 합참은 미국 측에 정보지원 등의 협력을 요청했지만 미국 측은 “K2 작전은 평시에 한국이 연합사령부의 지침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개념”이라며 “K2 작전수행 상황은 전시 작전체제 돌입과 동일한 의미”이므로 이는 “연합사 사항이지 한국군 독자작전 영역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또한 “북한의 표적을 선정하는 것도 한국 측의 역량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표적 선정은 “연합 공군구성군사령부에서 지침을 하달하고 한미연합표적위원회를 통해 공동으로 선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한국군의 K2 작전통제·수행본부는 비효율적이며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현재 한-미 연합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만으로 충분하다는 게 미국 측 생각이다. 전시에는 한미연합사 공군구성군사령관은 미 7공군사령관이 역임하도록 되어 있고 한국 공군작전사령관은 부사령관을 맡게 된다. 이런 미국의 태도를 종합하면, 미국은 한국군의 독자적 선제공격 개념인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주도로 한반도 전략방위구상을 고수하려는 의도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미·일의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정보도 미 태평양사령부 차원에서 통합되고 미국의 통제하에서 작전이 수행되도록 강력히 촉구하는 분위기다.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는 한·미·일 미사일방어 자산을 하나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뿐, 한국군의 독자적인 미사일 방어를 인정하지 않는다. 2014년 9월 미 상·하원이 합의한 국방수권법안(H.R. 3979)은 “한·미·일 3국 간의 미사일 협력은 동북아 지역 내에서 미국의 동맹안보를 강화하고 지역 내 전진 배치된 미군과 미국 본토 방위능력을 증강시킬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주도로 시작된 ‘지휘통제 상호운용성위원회’(CCIB·Command & Control Interoperability Board)라는 어려운 명칭의 위원회가 올해 4월까지 10차에 걸친 회의를 진행했는데, 여기에 참여한 한·미·일의 군 관계자들은 한·미·일 3국 간에 정보교류 양해각서(TISA)를 체결하도록 했고, 지난해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로 이어져 정보 차원에서 사실상 한·미·일 3국 간 정보융합의 단계로 진입하는 문을 열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월1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월1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렇게 되면 한국군의 탐지자산과 이지스함의 레이더는 한국군 연동통제소(KICC)를 통해 주한미군 7공군 연동통제소(JICC)로 전송되고, 이는 다시 미 태평양사 공중작전통제소(621AOC)로 전송된다. 일본의 경우도 동일하게 북한 미사일 정보가 자위대 자동경계관제시스템(JADGE)을 통해 주일미군 5공군의 연동통제소(BJCCC)를 거친 뒤 미 태평양사의 공중작전통제소와 연동된다. 이러한 모든 과정이 데이터링크(link-16)를 통해 이루어지면 미 본토의 전략사령부와 태평양사령부가 한·미·일 미사일방어 자산을 일원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기반체계가 확립되는 것이다. 더불어 한국 성주에 배치된 현재의 사드 1.0이 2022년까지 2.0으로 성능이 개량되고, 미·일이 공동 개발하는 이지스함의 스탠더드 미사일(SM-3 block ⅡA)의 실전배치가 완료되면 미 본토에서 직접 교전명령을 하달하는 사실상의 동북아판 통합공중미사일방어(IAMD) 체계가 구축된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아직 IAMD는 교리도 준비되지 않았고 완성도 요원하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미국은 거꾸로 “한국형미사일방어는 실효성이 없다”며 자신의 주도로 미사일방어를 통합하려는 중이다.

딜레마에 빠진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

여기서 우리는 심각한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 주도로 북한을 타격하는 계획이 실효성이 없다면, 미국이 전략폭격기 3대, 항공모함 3척 이상을 동원하는 ‘사전 전개된 전략자산을 포함한 북한표적 타격계획’(Set-ATO)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한국형미사일방어가 실효성이 없다면 미국의 미사일방어에 완전히 편입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한·미·일의 군사력 통합은 결국 모처럼 회복되고 있는 한-중 관계를 다시 파국으로 치닫게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동북아에서 군비경쟁과 진영 간 대결로 우리가 주변정세를 주도하기란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외교적 수단으로 북한 핵문제를 풀기란 더 요원해진다. 이런 안보 딜레마의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일단 실효성 논란을 안고서라도 한국형 3축 체계에 재원을 집중하는 선택으로 내몰렸다. 이런 가운데 송영무 국방장관은 최근 한국형미사일방어의 핵심 무기인 중거리 지대공요격체계 생산을 중단하고 다시 이지스함의 스탠더드 요격미사일(SM-3) 도입으로 국방정책 전환을 모색하는 행보를 보였다. 필자를 통해 국정감사에서 그 사실이 알려지자 국방부는 “결정된 것은 없다”며 일단 진화에 나섰으나, 한편으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와 거리를 두면서 어쩔 수 없이 미국의 미사일방어라는 블랙홀로 빨려드는 이중적 행태가 드러났다는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K2 작전수행의 문제점을 인식했는지 최근 국방부는 3축 체계의 중점을 제3축인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이동시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량응징보복은 전쟁이 발생한 이후의 개념이지 전쟁을 예방하거나 사전에 대응하는 개념은 아니다. 단지 사후 강력한 보복의 의지로 사전 도발을 예방하는 정도의 억제효과라 할 것이다. 아직도 그 정체가 모호한 북한의 전략로케트군사령부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북한의 핵전쟁 교리를 앞에 두고 무엇이 우리 안보에 결정적인가를 판단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한국 안보에 내포된 복잡성과 여러 문제가 종합된 복합적인 성격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궁여지책으로 천문학적인 재원을 실효성 없는 군사개념을 완성하기 위해 쏟아붓는 것은 무모해 보인다. 어떤 군사적 대응으로도 비핵 국가인 우리가 북한 핵에 대한 대비태세를 갖추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당분간 전쟁을 차단하는 예방외교와 한반도 위기관리를 위한 최선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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