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매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린 ‘평화올림픽을 위한 매트로폴리탄 평창의밤’ 행사에서 인사말을 통해 평창올림픽을 홍보하고 있다. 뉴욕/청와대사진기자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밝힌 데 대해, 전문가들은 한반도 정세를 갈등·위기에서 대화·협상 국면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도록 정부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또한 이 기회를 살리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평창올림픽 관련해 우리 정부가 대북 특사 파견을 제안하면서 우선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 올림픽을 계기로 분위기를 바꾸자는 것이니까 적극적으로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대화로 풀어갈 수 있는 분야로는 스포츠, 문화 교류 등과 함께 이산가족 상봉, 대북 영유아 지원 등 인도적 협력 등이 꼽혔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한의 제안을 한-미 동맹 균열이나 이간, 우리 정부 흔들기, 미국 압박술 정도로만 치부할 이유가 없다. 그런 의도라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남북대화 복원 과정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복안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북핵 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남북관계가 앞으로 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과거 경험이기 때문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그동안 정부가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를 연계시키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와서 마치 남북관계가 북핵 문제의 종속변수처럼 됐다”며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는 병행 추진해야 한다. 그래서 남북대화로 조성되는 여러 가지 평화 분위기가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쪽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미국과 어떻게 대북 정책을 조율하고, 미국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거 한-미 간 대북정책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남북관계 개선에 제약으로 작용했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현 교수는 “북한의 이번 대화 제의는 최근 대북 제재가 강화되는 국면에서 한-미 간 균열을 노리는 측면도 있다”며 “한-미 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고 미국에 잘 설명하고 필요하면 잘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도 북한의 올림픽 참가 계기로 북한의 도발이 중단되는 상황을 반대하진 않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북-미 간 충돌하는 ‘핵 보유국 인정’ 요구와 ‘한반도 비핵화’ 주장 사이에서 길을 찾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북-미 간 대화 국면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도 이번 기회를 적극 살리는 쪽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이 평화올림픽 구상과 관련해 모호한 입장을 너무 오래 유지한다. 빨리 응답해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당장 북핵 문제를 연계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평창올림픽 기간 도발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니 미국으로서도 좋은 기회”라며 “우리 정부가 물밑에서 북-미 사이를 오가며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노지원 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