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부터)과 이희범 평창겨울올림픽조직위원장,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8일 오후 ‘남북한 올림픽 참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있는 스위스 로잔으로 출국하고 있다. 인천공항/공동취재사진
남북이 평창겨울올림픽(2월9~25일)을 축하하는 합동 문화행사를 올림픽 개막 전 금강산 지역에서 열기로 합의하면서, 행사의 성격과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정부가 문화계는 물론 시민사회와 종교계 인사까지 참여시킬 뜻을 밝히면서, 이번 행사를 계기로 남북 민간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통일부 안팎의 설명을 종합하면, 연주회와 시낭송 등 문학행사를 묶은 종합예술공연으로 마련될 이번 금강산 행사는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17일 남북 실무회담을 마친 뒤 “올림픽 개막에 임박해선 다양한 관련 행사들이 있기 때문에 (합동문화행사는) 그보다 조금 앞서서 개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남북은 금강산에서 여러차례 공동행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2002년 10월엔 남과 북, 국외에서 모인 여성 700여명이 금강산에서 ‘6·15 공동선언 실천과 평화를 위한 남북여성대회’를 열고, 합동예술공연과 수예·미술 전시회 등의 문화행사를 열었다. 2003년 2월엔 금강산 육로 시범관광을 축하하는 시낭송과 남북 성악가 공연도 열렸다. 또 2006년 4월엔 윤이상평화재단 창립 1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가 열렸다.
행사 내용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민요 등 전통 양식의 공연을 비롯해 시낭송처럼 빠른 시간에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짜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시낭송의 경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시인 출신인데다 그동안 남북교류 행사에서 자주 등장한 만큼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통일을 염원한 예술가 고 윤이상 선생의 작품이 무대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구체적인 행사 일정은 오는 23~25일 남쪽 선발대가 방북해 현지 시설을 점검한 뒤 남북 협의를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금강산 온정각 주변에 자리한 금강산문화회관이 행사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1999년 2월 완공된 이 건물은 620석의 좌석을 갖춘 공연시설로,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때 평양모란봉교예단의 공연장으로 활용됐다.
금강산 지역 숙박 여건 등을 고려해 정부는 이번 행사를 ‘당일치기’로 북쪽에 제안했다. 따라서 남쪽 행사 참가단의 일정은 예전 ‘금강산 당일 관광’에 준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행사 전날 밤 강원 고성에서 1박한 뒤 이른 아침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를 거쳐 금강산 지역에 들어갔다가, 행사를 마감하고 남쪽으로 내려오는 방식이다.
천해성 차관은 “행사에 참가하는 대상은 문화·예술단체 관계자, 체육계 인사,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인사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가 꽉 막혔던 남북 민간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57개 민간 대북지원 단체로 구성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최혜경 운영위원장은 “남북 교류의 접촉면을 넓히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시점”이라며 “북쪽 관계자와 만날 기회가 생길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환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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