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국제 기자단 출발 편
외신 기자 “여기(북한)서 왕족처럼 환영 받았다”
국제 기자단, 풍계리행 전용열차 타고 출발
“외국 언론이 포착한 적 없는 엄청난 광경을 보게될 것”
열차 오르며 “돌아올 때까지 트윗 못 해”
외신 기자 “여기(북한)서 왕족처럼 환영 받았다”
국제 기자단, 풍계리행 전용열차 타고 출발
“외국 언론이 포착한 적 없는 엄청난 광경을 보게될 것”
열차 오르며 “돌아올 때까지 트윗 못 해”
《23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에 파견된 내·외신기자들이 온라인으로 전한 ‘취재일지’를 모아 전해드립니다.》
“우리는 5시10분에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떠난다. 가는 길에 전화나 인터넷 접속은 안될 것 같지만, 외국 언론이 포착한 적 없는 엄청난 광경을 보게될 것이다.” (윌 리플리 미국 <시엔엔>(< CNN>) 기자 트위터)
전격적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 세계 각국 취재진이 북한에 모였습니다. 러시아, 미국, 영국, 중국 언론사 기자 20여명은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해 원산 갈마 비행장에 도착했고, 한국 취재진 8명이 23일 뒤늦게 합류했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출발하기 직전까지도 일부 기자들은 공항의 풍경부터 숙소인 갈마호텔, 프레스 센터, 식당 등까지 ‘트위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상황을 중계했습니다.
벤 트레이시 미국 <시비에스>(< CBS>) 기자는 22일 오전 9시 베이징에서 출발한 고려항공 전세기 안의 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뉴스를 제작해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북한 선전 방송이 흘러나오는 모습을 소개하고, <평양타임스>라는 신문을 펼쳐 보이며 “미국에 대한 단 한 마디 나쁜 말도 없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북 사실을 전하는 보도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기자는 갈마 비행장에 도착해 “거대하고, 현대적이고, 새 것”이라며 “북한이 이 곳(원산)에 돈을 많이 들였다. 북한은 국제적인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알렸습니다. 톰 체셔 영국 <스카이뉴스> 기자도 공항에 도착한 뒤 “새로 지어졌다. 엄청나게 조용하다”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실제로 원산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야심차게 개발하고 있는 관광특구 가운데 하나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1월1일 신년사에서 “올해에 군민이 힘을 합쳐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을 최단 기간 내에 완공하고 삼지연군꾸리기와 단천발전소 건설, 황해남도 물길 2단계 공사를 비롯한 중요대상 건설을 다그치며 살림집 건설에 계속 힘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는 ‘십리(4km)에 걸쳐 펼쳐진 이름난 사취’라는 뜻에서 ‘명사십리’라고 불립니다. 북한이 이 해안을 중심으로 휴양, 레저 복합단지, 테마·워터파크, 고급 주택촌, 호텔 건설 및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한국 기자들이 탄 수송용 공군5호기가 23일 오후 2시48분께 착륙하자, 인근 해변가에 호텔들이 집중적으로 건설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는 게 한국 공동취재단의 전언입니다.
한편, 기자들은 숙소인 ‘갈마 호텔’에 대해 다양한 평가를 했습니다. 톰 체셔 <스카이뉴스> 기자는 호텔의 복도를 촬영한 사진을 올리며 “새 페인트 냄새가 압도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영국 <스카이뉴스>의 마이클 그린필드 기자는 점심식사 메뉴로 나온 ‘자라튀김’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첫째날 취재진이 제공받은 식사는 뷔페식으로 차려졌는데, 기자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을 보면 뷔페 상차림에 장식이 많고 현장에서 직접 요리사가 요리를 해주는 모습도 보입니다. 장식품 가운데는 얼음 조각상과 평양 여명거리에 있는 높은 빌딩을 연상케하는 모형이 눈에 띕니다.
식사에는 상어 지느러미 스프가 올랐고, 식당에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고 전해집니다. 러시아 <아르티>(< RT>)의 이고르 자다노프 기자는 “아침으로 신선한 과일, 점심으로 상어 지느러미 스프, 게 저녁으로 게 요리. 그리고 은으로 만든 식기. 우리는 베이징에서는 유명인처럼 만나고, 여기(북한)서는 왕족처럼 환영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한편, 이고르 자다노프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파’가 북핵 문제 해결 방법으로 거론한 ‘리비아식 핵폐기’ 방법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존 볼턴의 ‘리비아 시나리오’ 제안은 예정된 평화 회담을 혼란에 빠뜨렸다. 여기 있는 북한 사람들도 미국의 발언이 도대체 어디에 좋은 것인지 묻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튿날인 23일이 되자 외신 기자들의 관심사는 ‘언제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출발하는지’로 쏠렸습니다. 윌 리플리 기자는 원산의 아침 풍경을 트위터에 올리며 “원산 날씨는 개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가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가는 20시간의 여정을 언제 시작할 지 소식이 없다. 북-미 정상회담이 아마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포함해 모든 것이 불투명해 보인다”고 불안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이어 “우리(취재진)와 북한 정부 관계자가 새롭게 단장한 원산 럭셔리 리조트의 유일한 손님이다”라고 전했습니다. 마이클 그린필드 기자도 “아직 언제 (풍계리로 가는) 열차 출발 시간을 모른다. 지난 밤 폭우가 와서 (풍계리까지) 가는 길에 문제가 생겼다고 들었다”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한국 기자단의 합류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 전환했습니다. 윌 리플리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속보. 한국 기자들을 태운 비행기가 좀 전에 북한 원산에 착륙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톰 체셔 기자도 같은 소식을 전하며 “풍계리 핵실험장까지 18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인터넷, 전화 등) 연결이 제한되겠지만, 가능한 한 많이 (소식을) 업데이트하겠다”고 알렸습니다. 이로써 한국,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등 5개국에서 온 기자 30명이 모두 모였습니다.
이날 톰 체셔 <스카이뉴스> 기자는 ‘풍계리 영상 15도, 맑음’이라고 표시된 사진과 함께 “우리를 기다리게 하는 건 어쩌면 (날씨가 아니라) 한국 기자들의 도착일지 모르겠다. 그들이 초대받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한국 취재진의) 이름표가 프레스 센터에 새로 놓여졌다”고 전하며 한국 취재진의 하루 늦은 합류를 예고했는데요. 실제로 한국 기자들은 풍계리행 열차가 떠나기 직전인 23일 마지막 순간에 원산에 도착했고, 국제 취재단과 함께 풍계리로 떠날 수 있었습니다.
마이클 그린필드 기자는 이날 풍계리행 열차에 탑승하기 직전 트위터로 “우리가 다시 호텔로 돌아올 때까지(아마도 금요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 사진을 보낼 수단(인터넷, 전화, 스마트폰 등)이 없을 것”이라며 “그때까지 트윗도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취재진은 풍계리행 전용열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얼마 간 걸어서 핵실험장이 있는 만탑산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핵실험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시내에서 대략 42km 떨어진 만탑산 계곡에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외교부 공동취재단
[관련 영상] <한겨레TV> | 냉전해체 프로젝트 ‘이구동성’
윌 리플리 <시엔엔> 기자 트위터.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명사십리) 야간 건설장 <노동신문> 2018년 5월5일
갈마 호텔 외부. 러시아 <아르티>(< RT>)의 이고르 자다노프 기자 트위터 갈무리.
명사십리.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모습. 러시아 <아르티>(< RT>)의 이고르 자다노프 기자는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새 호텔이 지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트위터 갈무리.
갈마 호텔 내부 모습. 러시아 <아르티>(< RT>)의 이고르 자다노프 기자 트위터 갈무리.
러시아 <아르티>(< RT>)의 이고르 자다노프 기자 트위터 갈무리.
러시아 <아르티>(< RT>)의 이고르 자다노프 기자 트위터 갈무리.
갈마 호텔에서 판매하는 식료품들. 러시아 <아르티>(< RT>)의 이고르 자다노프 기자 트위터 갈무리.
윌 리플리 기자가 한국 취재진이 탄 비행기의 공항 도착을 트위터로 알렸다. 윌 리플리 <시엔엔> 기자 트위터.
톰 체셔 <스카이뉴스> 기자 트위터.
마이클 그린필드 <스카이뉴스> 기자 트위터.
윌 리플리 <시엔엔> 기자 트위터. 한국 취재진이 탄 버스가 호텔로 들어오고 있다.
마이클 그린필드 <스카이뉴스> 기자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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