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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김정은은 왜 원산관광지구 완공 시기를 6개월 늦췄을까?

등록 2018-08-17 15:06수정 2018-08-17 20:13

현지지도에서 “내년 10월10일 인민들에 선물”
이전 완공목표였던 태양절(4월15일)보다 6개월 늦춰
미국과의 협상·대북제재 완화 늦춰질 것으로 판단한 듯
“강도적 제재 봉쇄…대결전” 현지지도서 ‘제재’ 첫 언급
시간에 쫓겨 미국 압박에 호락호락 응하지 않겠다는 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원산관광지구) 건설 완공 목표 시점을 석달 전 제시한 ‘내년 태양절(4월15일)’에서 ’내년 10월10일’(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일)로 6개월 늦췄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 이행의 방법과 순서를 두고 북-미가 이견을 보여 유엔·미국의 대북 제재의 일부 완화·해제 시점이 애초 예상보다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시기 조정으로 풀이된다. 핵 신고 등 비핵화 조처와 관련해 미국의 요구·압박에 시간에 쫓겨 호락호락 응하지는 않겠다는 뜻도 담겨 있는 듯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이달 말 방북과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라 주목할만한 ‘변화’다.

김 위원장은 부인인 “리설주 동지”와 함께 원산관광지구 건설장을 찾아 “세상에 둘도 없는 해양공원을 건설해 다음해 10월10일을 맞으며 인민들에게 선물하자고 호소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7일 1면 전체를 털어 보도했다. 앞서 <노동신문>은 5월26일치 1면을 통해 김 위원장의 원산관광지구 건설장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며 “명년도(2019년) 태양절(4월15일·김일성 주석 생일)까지 완공할 데 대하여 지시하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노동신문>의 보도 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김 위원장이 83일 만의 현지지도에서 원산관광지구 완공 시점을 6개월 늦춘 것이다.

김 위원장은 원산관광지구 건설을 “강도적 제재 봉쇄로 인민을 질식시켜보려는 적대세력들과의 첨예한 대결전”이라고 규정했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제재 봉쇄’를 입에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산관광지구는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군민이 힘을 합쳐 최단 기간 안에 완공”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표적 국책 건설 사업이다.

이는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5월30일 한국미래포럼 강연에서 “원산관광지구는 북한 경제 수준에 비춰 남쪽의 분당 신도시 건설 사업 이상의 자원이 들어가는 국책건설사업”이라며 “외부(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오는 걸 전제로 한 것이라 비핵화(제재 완화·해제)가 되지 않으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짚은 바 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개성·신의주·황금평·나선 등과 함께 북한의 5대 특구의 하나인 ‘원산-금강산 관광특구’(2002년 지정)에 들어 있다.

북한 읽기에 밝은 전직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미국 등의 제재 해제가 애초 자기 기대보다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시기를 조정한 것으로 본다”고 풀이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원산관광지구 사업이 성공하려면 제재 해제(에 따른 대규모 외국인 관광객 유입)가 필요하다는 김 위원장의 인식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김 위원장이 애초 제시한 ‘내년 4월15일’까지는 미국의 제재 해제를 자신할 수 없다고 보고 시기를 조정했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제훈 노지원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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