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원산관광지구) 건설 완공 목표 시점을 석달 전 제시한 ‘내년 태양절(4월15일)’에서 ’내년 10월10일’(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일)로 6개월 늦췄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 이행의 방법과 순서를 두고 북-미가 이견을 보여 유엔·미국의 대북 제재의 일부 완화·해제 시점이 애초 예상보다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시기 조정으로 풀이된다. 핵 신고 등 비핵화 조처와 관련해 미국의 요구·압박에 시간에 쫓겨 호락호락 응하지는 않겠다는 뜻도 담겨 있는 듯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이달 말 방북과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라 주목할만한 ‘변화’다.
김 위원장은 부인인 “리설주 동지”와 함께 원산관광지구 건설장을 찾아 “세상에 둘도 없는 해양공원을 건설해 다음해 10월10일을 맞으며 인민들에게 선물하자고 호소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7일 1면 전체를 털어 보도했다. 앞서 <노동신문>은 5월26일치 1면을 통해 김 위원장의 원산관광지구 건설장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며 “명년도(2019년) 태양절(4월15일·김일성 주석 생일)까지 완공할 데 대하여 지시하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노동신문>의 보도 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김 위원장이 83일 만의 현지지도에서 원산관광지구 완공 시점을 6개월 늦춘 것이다.
김 위원장은 원산관광지구 건설을 “강도적 제재 봉쇄로 인민을 질식시켜보려는 적대세력들과의 첨예한 대결전”이라고 규정했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제재 봉쇄’를 입에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산관광지구는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군민이 힘을 합쳐 최단 기간 안에 완공”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표적 국책 건설 사업이다.
이는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5월30일 한국미래포럼 강연에서 “원산관광지구는 북한 경제 수준에 비춰 남쪽의 분당 신도시 건설 사업 이상의 자원이 들어가는 국책건설사업”이라며 “외부(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오는 걸 전제로 한 것이라 비핵화(제재 완화·해제)가 되지 않으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짚은 바 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개성·신의주·황금평·나선 등과 함께 북한의 5대 특구의 하나인 ‘원산-금강산 관광특구’(2002년 지정)에 들어 있다.
북한 읽기에 밝은 전직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미국 등의 제재 해제가 애초 자기 기대보다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시기를 조정한 것으로 본다”고 풀이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원산관광지구 사업이 성공하려면 제재 해제(에 따른 대규모 외국인 관광객 유입)가 필요하다는 김 위원장의 인식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김 위원장이 애초 제시한 ‘내년 4월15일’까지는 미국의 제재 해제를 자신할 수 없다고 보고 시기를 조정했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제훈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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