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범민족 평화포럼에 해외동포로 참석한 카자흐스탄 고려인 김갈리나씨(앞줄 첫번째)가 발표를 듣고 있다.
‘범민족 평화포럼’에 참석한 해외동포들은 판문점선언 이행 과정에서 남북 협력을 매개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모으는 다리 역할을 자임하며, 남북 모두에게 응원을 보냈다. 남북이 평화와 번영의 길로 들어서면 해외동포들에게도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김게르만 카자흐스탄 국립대 교수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지에 사는 고려인들은 평화로운 남북관계의 적극적 지지자들”이라며 “특히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은 유라시아에서의 지정학적 역할이나 민주주의 규범에 익숙해 남북관계에서 훌륭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일동포인 곽진웅 코리아NGO센터 대표는 “조국이 분단됨으로써 재일동포 사회에도 보이지 않는 38선이 그어졌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향한 움직임은 재일동포 사회에 남북과 일본을 잇는 새로운 사명을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온 토론자들은 판문점선언의 착실한 이행을 응원했다. 김상국 독일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분단과 통일의 역사를 경험한 탓에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높은 독일 학계에서도 판문점선언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독일이 통일된 이후 유럽의 최강국으로 떠오른 것처럼 한반도의 발전을 위해선 분단 극복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윤정 영국 레스터대 연구원은 “지난 10년 사이 영국 사회에서 의사, 금융인, 언론인으로 활약하는 30~40대 한인들이 많이 늘어났다”며 “이들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영국 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포들이 많이 사는 미국과 중국에서 온 이들은 북-미관계 개선과 남북 경제협력에 기대를 품었다. 최광철 미주민주포럼 대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북-미관계 정상화로 이어지면 미주동포 사회에 엄청난 경제적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단순한 교역만이 아니라 미국 대기업과 월가의 투자에 필요한 고급 컨설팅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경수 중국조선족기업가협회 비서장은 “조선족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성장하고 개혁개방 이후엔 시장경제에 적응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대북투자 환경이 조성되면 조선족들의 노하우가 북한에서도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계인으로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재일동포 3세인 김향청 작가는 “서랍을 열면 대한민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그리고 일본 정부가 발행한 19개의 여권이 나온다”며 “정체가 불안한 경계인들에게 한반도의 평화는 감성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삶과 결부돼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온 박알렉산더 변호사는 “북에 두고온 가족이나 친척을 찾는 재외동포들이 아직도 많다”며 “혈육의 분단을 극복하는 게 통일보다 먼저 아니냐”고 물었다.
선양/글·사진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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