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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평화와 번영, ‘판문점 선언’ 이행의 두 수레바퀴”

등록 2018-08-24 20:00수정 2018-08-26 15:38

[범민족평화포럼 중국 선양서 폐막]
평화공존 세션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실장
“선제적 군비통제로 평화협정 가속화”
북 리선웅 조국통일연구원 실장
“종전선언은 평화 진전의 필수조건”
공동번영 세션
북 림룡철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
“경협은 일방의 특혜 아닌 상호관계”
조봉현 IBK기업은행경제연 부소장
“남북의 구상, 중·러와 협력 구축 필요”
통일 세션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대립·분열 극복할 정치 작동해야”
북 정기풍 조국통일연구원 실장
“판문점선언, 안팎의 지지 고조시켜야”
24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범민족 평화포럼의 평화공존을 주제로 한 제1세션에서 리선웅 북한 조국통일연구원 실장(앞줄 왼쪽에서 3번째)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24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범민족 평화포럼의 평화공존을 주제로 한 제1세션에서 리선웅 북한 조국통일연구원 실장(앞줄 왼쪽에서 3번째)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남북 및 해외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여 4·27 판문점선언 이행을 다짐하고,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 통일을 기원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수석부의장 김덕룡)와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사장 정세현)이 8·15 광복절 73돌을 기념해 함께 연 ‘범민족 평화포럼’이 24일 중국 선양에서 폐막했다. ‘우리 민족,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다’라는 대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판문점선언 이후 처음으로 남북 및 해외동포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행 방안을 모색했다. 김 수석부의장은 “이 포럼이 지속돼 다음에는 서울이나 평양에서 민족의 미래를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쪽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선순환하는 접근법을 제안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북쪽 대표단은 평화체제 구축과 공동의 번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족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외동포들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세계 곳곳에 뿌리를 내린 동포들의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포럼은 애초 23일 단둥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중국 당국과 행사 규모와 절차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일정과 장소를 조정해 선양에서 진행됐다.

■ 평화공존…선제적 군비통제 필요, 종전선언은 필수조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평화공존을 주제로 한 1세션에서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북핵 문제와 평화체제, 군비통제라는 3대 과제가 선순환 관계로 연결된 삼위일체형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실장은 “지금까지는 비핵화에서 시작해 평화체제를 논의하고, 이어서 군비통제를 협상하는 순차적 해결 과정이 주류를 이뤘다”며 “이들 과제를 상호연계해 단계적이면서 동시적이고 포괄적인 새로운 접근전략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제적 군비통제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남북이 별도의 회의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쪽 발표자로 나선 리선웅 조국통일연구원 실장은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는 북남관계 발전과 조국통일의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판문점선언에 명기된 대로 올해 반드시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며 “종전선언은 조선반도의 평화적 과정을 진전시키기 위한 필수적 요구”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전쟁과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미국은 종전을 선언하는 데서 마땅한 책임이 있다”며 “종전선언을 선사품처럼 여기면서 거부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공존 실현을 위한 역사적 기회가 찾아왔다”며 남북 대립이 지속되면서 일상화된 냉전적 사고와 동북아 지역에 드리우고 있는 신냉전 구도를 극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4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범민족 평화포럼에서 포럼의 의미를 담은 개회사를 하고 있다.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4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범민족 평화포럼에서 포럼의 의미를 담은 개회사를 하고 있다.
■ 공동번영…평화와 번영은 두개의 바퀴, 남북은 동등한 경제주체

공동번영을 주제로 한 2세션에서는 북쪽 대표단장을 맡은 림룡철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림 부회장은 먼저 “판문점선언 이후 여러 갈래의 협력사업들이 진행됐지만 경제협력 분야에서는 진척되고 있는 게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며 남북 경제협력 속도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판문점선언 이행이라는 마차는 평화와 번영이라는 두 수레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제대로 전진할 수 있다”며 “지금처럼 번영이라는 한쪽 바퀴가 멈춰서 있다면 제자리돌이밖에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외세와의 동맹공조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동족과의 경제공조를 실현해야 한다”며 “민족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규정과 규범을 우리의 요구와 이해관계에 맞게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북남 경제협력은 북과 남이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평등의 관계에서 진행되는 것이지, 어느 일방이 베푸는 특혜로 오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남쪽 발표자로 나선 조봉현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 부소장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진전에 따라 경제협력이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며 “판문점선언 이행을 중심으로 경제협력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조 부소장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 구상은 민족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한반도의 경제 영토를 유라시아로 확장하려는 청사진”이라며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북쪽의 경제개발구와 연계하는 남북 공동의 구상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남북 공동의 구상을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과 연계하는 등 주변국과의 협력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토론자로 나선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의 전제는 남북이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라며 “남이 북을 동등한 경제주체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소장은 “남쪽의 자본과 기술에 북쪽의 저임금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을 결합하는 분업모델의 유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처음부터 노동집약업종과 기술집약업종의 협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통일…화해와 치유의 정치 필요, 민족자주 원칙 세워야

통일을 주제로 한 3세션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통일의 길로 이어지려면 남북의 노력과 함께 해외동포들의 격려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토론자들 모두에게서 나왔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주제발표에서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종전선언을 계기로 남북 및 국내외에서 대립과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화해와 치유의 정치가 작동해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분단고착이 아니라 통일지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남북은 6·15 공동선언에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고 인정했다”며 “남북 양쪽 통일방안의 공통점을 체계화하고, 차이를 좁히려는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남쪽 통일연구원과 북쪽의 조국통일연구원의 공동연구를 제안하고, 민주평통이 나서 해외동포 사회에 화해와 평화, 통일을 지향하는 공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북쪽 토론자로 나선 정기풍 조국통일연구원 실장은 “나라의 평화와 통일, 번영을 우리 민족의 힘으로 이룩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모든 문제를 민족 우선, 민족 중심의 입장에서 풀어나가야 한다”며 “판문점선언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첫 조항, 첫 항목에서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는 “판문점선언을 새로운 자주통일 시대의 대강으로 받들어 안팎에서 지지와 이행의 분위기를 고조시켜나가야 한다”며 해외동포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여혜숙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이사는 “해외동포는 남과 북을 비교적 자유롭게 왕래하고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다”며 “이들이 평화의 메신저로서 남북의 상호 이해를 촉진하는 매개자가 돼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양/글·사진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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