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견학생들이 4·27 남북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3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과 기자단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판문점/국회사진기자단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31일 “정부가 다음주에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식량 5만톤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설훈 최고위원은 이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남쪽 ‘자유의 집’에서 열린 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엔 조사에 따르면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 주민이 전체 인구의 40% 정도인 1010만명 수준”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설 최고위원은 “북한 식량 부족을 해결하려면 145만톤이 더 필요하다”며 “북한이 식량 지원을 가장 필요로 하는 5~9월을 넘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설 최고위원은 남북 당국 간 협의를 통한 ‘직접 지원’ 추진도 주문했다. 그는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 지원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긴급성으로 즉시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북한과 협의해 직접 지원을 위한 안정적이고 투명한 환경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1990년대 중반 많은 북한 주민이 아사했지만 우리는 별 도움을 못 주고 쳐다만 봤다.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어려울 때 동포로서 발 벗고 나서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이 그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식량 5만톤 지원 방침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확정이 되면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7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북 식량 지원 문제는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며 국제기구(WFP·세계식량계획)를 통한 지원 또는 대북 직접 지원 등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검토해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취임 두돌 <한국방송> 대담에서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은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해야 하고 나중에 (국회에) 보고를 해야 한다”며 ‘여야 대표 회동’을 제안한 데 이어, 13일엔 ‘대북 긴급지원’ 호소차 방한한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을 이례적으로 직접 만나 ‘식량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 여당 최고위원인 설훈 의원의 발언과 통일부의 반응은 정부의 이런 정책 기조의 연장선이다.
북한의 식량난 정도와 식량 지원 여부를 두고 여론이 갈려 있지만, 전문가들은 식량을 포함한 정부 차원의 대규모·체계적 대북 인도적 지원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고 짚었다. 임형준 세계식량계획 한국사무소장은 30일 통일연구원 토론회에서 “올해 필요량에 비해 136만톤의 식량이 부족해 북한 당국은 하루 배급량을 애초 목표치인 573g에서 300g으로 낮췄다”며 “북쪽의 인도적 상황이 굉장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올해 1~4월 북한 시장에서 식량 가격이 이례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건 주민 소득 감소에 따른 수요 부족 탓”이라며 “민생부문에 대한 제재의 부정적 영향이 본격화하며 주민 소득 감소와 수요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이지혜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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