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대남메신저 역할 맡은 김여정

검은 옷 차림으로 판문점 통일각에서
이희호 이사장 추모 조화와 조의문 남쪽에 전달
지난해 평창겨울올림픽 특사로 온 이후
남북정상회담 등 고비마다 남북관계 역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2일 오후 판문점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에게 이희호 이사장을 추모하는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조화와 조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통일부 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다시 한번 김 위원장의 대남 메신저로 직접 나섰다.

검은 옷을 차려 입은 김 제1부부장은 12일 오후 판문점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남쪽 대표들을 만나 ‘고 리희호(이희호) 여사님을 추모하며-김정은’이라는 리본을 단 조화와 조의문을 전달했다.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참석 이후 오래도록 모습이 보이지 않아 ‘근신설’ ‘건강이상설’ 등에 휩싸였던 김 제1부부장은 지난 3일 김정은 위원장 부부와 예술공연을 관람하며 53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열흘도 안돼, 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재단 이사장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조화와 조의문을 전달하면서 대남 메신저로 등장했다.

김 제1부부장의 이번 ‘남행’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불발 이후 계속되고 있는 남북관계의 교착을 풀 계기가 될 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동생일 뿐 아니라, 북한의 대남 정책 결정과 실행 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김 위원장의 최측근이기 때문이다. 공식 직함은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지만 김 위원장의 그림자가 돼 국정운영 전반을 보좌하며 사실상의 비서실장 역할을 해왔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해 2월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친서를 가지고 방한해 남북 화해 모드의 문을 열었다. 지난해 4월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첫 남북정상회담에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함께 유일하게 배석했고,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 곁을 지켰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의 첫 판문점 회담에서 김 제1부부장이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담판에 나선 김 위원장을 밀착 보좌하는 모습으로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박민희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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