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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금강산 압박 이어 서해서 도발…김정은, 한반도 평화 ‘역주행’

등록 2019-11-25 19:04수정 2019-11-26 02:11

서해 접경지역서 사격 지시

김 위원장, 직접 해안포 사격 지시
북미 대화 교착 상태가
남북 관계까지 영향준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 방어부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텔레비전>이 25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을 갈무리한 것이다.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 방어부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텔레비전>이 25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을 갈무리한 것이다.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의 마지노선인 ‘9·19 군사합의’를 건드리고 나섰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성과물인 9·19 군사합의도 마냥 무풍지대로 남을 수 없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9·19 군사합의는 올해 들어 이행이 중단된 상태이지만 이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축적했다는 점에서 ‘역주행’에 들어설 경우 남북관계를 넘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전반에 끼칠 파장이 크다.

해안포 사격이 이뤄진 창린도는 9·19 군사합의서에서 ‘남북이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서해 완충구역’에 속한다. 남북은 합의서에서 “쌍방은 2018년 11월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훈련을 중지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하고, 서해에서는 남쪽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쪽 초도 이남까지 수역에서 포 사격 및 기동훈련을 중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합의는 지금까지 충실히 지켜졌고, 서해 접경지역은 과거 어느 때보다 안전해졌다고 정부는 평가해왔다.

전문가들은 해안포 사격이 김 위원장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데 주목한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남북협력의 상징인 금강산을 찾아 남쪽 시설물 철거를 지시한 것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산물인 남북합의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를 거듭 행동으로 보여준 셈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 기조를 남쪽을 배제하거나 흔드는 방식, 즉 기존 합의를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실제로 해안포를 발사하는 장면은 공개하지 않았다. 25일 <조선중앙텔레비전> 보도에서도 김 위원장이 76㎜ 해안포(사거리 12㎞)로 추정되는 장비를 간부들과 함께 살펴보는 장면이 보일 뿐이다. 나름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남북합의 흔들기가 연말까지로 정한 북-미 정상회담 시한을 앞두고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한·미가 최근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북-미 간에 대화 재개를 향한 신호가 오갔으나, 이후 뚜렷한 진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남북 접경지역을 방문한 것 자체가 북-미 대화 교착으로 인한 영향에서 남북관계도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거꾸로 보면 북-미 대화의 진척에 따라 남북관계도 풀릴 여지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북-미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향후 남북관계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문재인 정부에 어느 편에 설 거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남북관계는 순탄치 못했다. 북한은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12차례에 걸쳐 새로운 유형의 단거리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시험발사했다. 북한은 금강산관광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자는 남쪽 당국의 요청도 모두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9·19 군사합의는 이처럼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마지막 남은 남북합의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호흡기라고도 할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남쪽을 향해 남북관계를 이어주고 있는 마지막 고리를 끊을 것인지 말 것인지 답변을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노지원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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