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오른쪽)과 친오빠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둔 16일 공개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담화로 인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바라던 문재인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이자 북한 정권의 사실상 ‘2인자’인 김 부부장은 북한 대외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여러 담화로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이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등을 종합해보면, 김 부부장은 지난해 초부터 지금까지 총 8차례 개인담화를 발표했다. 첫 담화는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받았음을 알리는 지난해 3월22일 담화였다. 이 담화에서 김 부부장은 북-미 “관계가 두 수뇌 사이 관계만큼이나 좋아질 날을 소원해”본다는 희망을 밝혔다.
김 부부장은 그로부터 석달 뒤인 6월4일에는 ‘대북 전단’을 정면으로 문제 삼으며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 하다”는 증오에 찬 담화를 공개했다. 이 담화에서 김 부부장이 밝힌대로 북한은 같은 달 16일 “쓸모 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연출하며 남북관계를 격랑으로 몰고 갔다.
김 부부장은 한달 뒤인 7월10일 담화에선 대통령선거를 코 앞에 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못한다”는 뜻을 밝히며, 다시 한번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 담화에서 김 부부장은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디브이디(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데 대해 위원장 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며 자신이 향후 북-미 협상의 창구가 될 것임을 강하게 암시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촉박해진 미 대선 일정으로 인해 더 이상의 대화는 진행되지 않았다.
김 부부장은 이후에도 북한의 코로나19 공식 감염자가 하나도 없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지난해 12월8일)과 제8차 노동당 당대회 기념 열병식과 관련해 부정확한 정보를 공개한 합동참모본부(2021년 1월12일)를 비난하는 성명을 공개했다. 그리고 이번 성명에선 “앞으로 4년간 발편 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며 취임 50여일째를 맞는 바이든 행정부를 강하게 견제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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