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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 연쇄담화로 대미 불만 표출...급 낮춰 수위조절

등록 2021-05-02 16:05수정 2021-05-03 02:14

외무성 대변인·미국국장 명의
적대시정책 유지에 강한 실망
“상응한 조치 강구할 것” 밝혀

대통령 대신 ‘미국 집권자’ 표현
낮은수준 예우 “협상 여지” 평가
남쪽의 노동절에 해당하는 5·1절을 맞아 북한 각지에서 공연과 체육 경기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남쪽의 노동절에 해당하는 5·1절을 맞아 북한 각지에서 공연과 체육 경기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외무성이 2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 얼개를 비난하는 두건의 공식 담화를 발표했다.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 국가 중 하나”라 규정한 국무부 대변인의 ‘북한자유주간 성명’을 겨냥한 “대변인 담화”, 바이든 대통령의 첫 의회 연설을 겨냥한 “권정근 미국국장 담화”가 그것이다. 북한 당국이 바이든 정부를 상대로 관망 태도를 접고 본격적인 ‘밀당’에 나섰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우선 두 대목을 짚을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 외무성의 연쇄 담화가 ‘대북정책 재검토가 끝났다’는 백악관 대변인의 기자회견(현지시각 4월30일) 직후 나왔다는 사실이다. 둘째, ‘미국국장 담화’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형식과 내용 모든 측면에서 ‘북한의 첫 공식 견해 표명’으로 간주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3월18일)나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기도 한 리병철 노동당 중앙위 비서 담화(3월27일)에 비해 ‘격’이 한참 떨어진다.

요컨대 북한 당국은 지금까지 드러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강력한 불만·실망’을 밝히되, 그 발언 주체를 ‘국장급 실무선’으로 낮춰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당분간 북한이 미국에 우호적인 견해나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다만 5월21일 미국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한미 양국의 대북 공조의 방향이 구체적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전략적 대미 군사 행동’의 가능성도 낮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은 ‘미국국장 담화’에서 “미국 집권자가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에서 연설하면서 또다시 실언을 했다”며 “그의 발언에는 미국이 반세기 이상 추구해온 대조선적대시정책을 구태의연하게 추구하겠다는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고 짚었다. ‘북핵’은 “미국과 세계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천명한 바이든 대통령의 4월28일(현지시각) 첫 의회 연설을 사실상 “대북적대시정책”으로 규정한 셈이다. 앞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당 8차 대회’(1월5~12일)에서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국장 담화’는 “우리는 그에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김정은 총비서의 방침에 따라 일단 “강대강” 기조로 미국에 맞서겠다는 예고인 셈이다.

다만 ‘미국국장 담화’의 “미국 집권자”란 표현엔 북쪽의 복잡한 속내가 읽힌다고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가 짚었다. ‘대통령’이란 표현을 피해 ‘기분 나쁘다’는 감정을 드러내는 한편으로, 특유의 막말 대신 “집권자”란 표현으로 낮은 수준의 예우와 함께 협상의 여지를 뒀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외무성 대변인 담화’도 4월28일(현지시각) 미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최고존엄 모독”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이라며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해나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고 밝혔다. ‘인권 문제’를 압박 수단으로 앞세우지 말라는 대미 ‘견제구’다.

외무성 연쇄 담화는 “북한에 집중하지 않는 바이든 정부의 주의를 환기하려는 것”이라고 다른 전직 고위관계자는 짚었다. ‘중국 견제’에 대외전략의 기조·초점을 맞춘데다 이란핵 협상으로 바쁜 바이든 정부가 ‘북한’의 존재를 잊을 위험을 차단하려는 선제 행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주장을 빌미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와 외무성의 대미 비난 담화의 연관성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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