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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아프간 철수로 미국의 ‘중국 주적’ 전략 완성…‘지정학 부활’ 대비를”

등록 2021-09-08 08:59수정 2021-09-08 13:42

박민희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교수
유달승 교수가 3일 한국외국어대 연구실에서 아프간 상황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유달승 교수가 3일 한국외국어대 연구실에서 아프간 상황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탈레반의 극단주의를 경계하면서도, 탈레반의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국제사회가 공조해야 한다.”

중동 정치 전문가인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이슬람은 역사적 상황에 따라 계속 변화해 왔다”면서 탈레반의 변화 가능성을 미리 부정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프간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오랜 전쟁과 외세의 점령을 겪으면서 도시와 지방으로 극단적으로 분열된 ‘두 개의 세계’를 함께 파악해야 하며, “개방적인 삶을 경험한 아프간 도시의 젊은 세대가 탈레반의 이슬람 극단주의 정책을 서서히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3일 연구실에서 한 인터뷰와 이후 상황을 반영한 추가 전화 인터뷰에서 유 교수는 미국의 아프간 철수는 “중국을 주적으로 한 새로운 세계전략”을 확정한 것으로 봐야한다며, 이로 인한 지정학의 부활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이란과 한국에서 아프간인들과 계속 대화를 해왔고, 아프간 조력자들의 한국 적응 교육과정에도 자문하고 있다. 아프간 공용어인 다리어는 페르시아어의 일종이고, 이란과 아프간의 역사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탈레반 새 정부, 사우디 식 ‘절대군주제’와 유사할 것
탈레반 변화 신호는 있어,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해야
개방 경험 청년세대 변화 동력될 수 있지만 시간 필요

‘바이든 독트린’, 중동의 ‘친미-반미’ 구도 약화시킬 것
미국, IS-K 격퇴·가스관 건설 위해 탈레반과 협력 예상
한국의 조력자 지원은 외교 이정표…미래 양국관계 도움

―7일 밤 탈레반이 임시내각의 일부 명단을 공개했다. 탈레반 정부 구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탈레반 대변인은 7일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를 정부 수반으로 하는 임시 내각 명단을 공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고 지도자 아쿤드자다의 역할이나 세부 정부 체제 형태는 언급되지 않았다. 탈레반은 8월15일 카불 점령 이후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 언론 등에선 ‘이란식 신정체제’라고 표현하지만, 탈레반은 이란과 달리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선출하지 않을 것이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절대군주제와 유사한 체제를 채택할 것이다. 다양한 민족과 정파의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번 임시내각에서 내무, 국방, 외무장관 등 핵심 요직은 탈레반이 장악했지만, 최종 리스트에는 다른 민족 정파의 인물들을 장관 등으로 포함시킬 것이다.”

―탈레반은 변할 수 있나?

“이슬람은 하나의 이슬람이 아니다. 역사적 상황에 따라 계속 변화해왔다. 탈레반이 과거와 달라질지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지만, 이전과 다른 양상은 나타나고 있다. 탈레반은 1996년 9월26일 카불을 점령한 다음날 여학교 폐쇄, 여성 사회 참여 금지, 음반 가게 폐쇄 등을 명령한 포고령을 발표했다. 이번에도 여성 활동가들을 구타하거나 탄압하는 등 우려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여성들의 활동을 금지하는 공식 포고령은 나오지 않았다. 탈레반이 8월15일 카불을 점령한 뒤 곧바로 단독정부 수립을 선언할 수 있었는데도 계속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은 다양한 정파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나름대로 정통성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완전한 파슈툰족 일색이었던 1기 탈레반 정부(1996~2001)와는 다른 부분이다. 아프간은 파슈툰(전체의 42~45%), 타지크, 하자라, 우즈벡, 투르크멘 등으로 구성된 다민족 사회이고, 내부 갈등과 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권력을 분점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차이는 8월23일 카불에서 800여명의 성직자, 법학자 등이 참석한 로야 지르가를 개최한 것이다. 로야 지르가는 전통적인 부족장 회의인데, 민의 수렴 기구 역할을 한다. 1747년 아프간 최초 근대국가인 두라니 왕조도 로야 지르가를 통해 창건했다. 탈레반이 형식적으로나마 절차를 밟아가면서 정통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탈레반이 일정 정도 변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여러 부족들로 분열되어 있는 아프간에서 포괄적 국가 만들기는 가능한가. 탈레반 극단주의의 뿌리는 무엇인가.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에 시달린 아프간에는 다양한 부족과 정파가 대립하고 있고, 탈레반은 파슈툰 민족주의 운동을 기반으로 한 조직이다. 탈레반을 ‘괴물’이라고 부르는데, 왜 괴물이 탄생했는지에도 주목해야 한다. 1919년 아프간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세워진 입헌군주제 국가 시기에 급진적 서구화 개혁정책이 추진되면서 교육, 여성의 사회 진출도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런데 당시 정부는 아프간의 심각한 문맹률 문제를 해결하려고, 인도에서 시작된 데오반드파 종교세력과 손을 잡았다. 데오반드는 영국의 지배로부터 인도를 독립시키려면 무슬림들이 교육을 통해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아프간 남부와 동부에서도 많은 신학교를 운영했다. 그런데, 이들의 이슬람 해석은 여성과 시아파에 부정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왕의 서구식 개혁에 반대하는 전통주의 세력들이 데오반드 신학교와 결합했고, 시아파를 이단시하고 여성을 극단적으로 차별하는 교리가 점진적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1978년 친소련 사회주의 정부가 쿠데타로 집권한 뒤, 토지의 무상몰수 무상분배, 여성 참정권 확대, 결혼지참금 폐지, 의무교육 등의 급진적 교육을 추진하는 데 반대하는 지방 호족과 전통주의 세력의 반발은 더욱 강해졌다. 이런 흐름이 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에 대한 저항운동과 결합하면서 탈레반의 종교적 교조주의로 등장하게 되었다. 탈레반의 이슬람 극단주의에 반대하지만, 탈레반이란 ‘괴물’이 아프간의 복잡한 역사, 내전, 미군의 점령 정책과 그에 따른 사회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결합해서 등장한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의 원칙과 기준도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아프간의 복잡한 역사적 맥락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과거 탈레반 통치는 여성을 향한 극단적 억압으로 악명 높았다. 탈레반이 재집권하자 교육과 일할 기회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숨을 건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탈레반의 약속은 지켜질 수 있나.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제한을 받을 것은 분명하지만, 부분적으로는 1차 집권 시기에 비해 완화된 부분들이 있다. 탈레반 1기에서는 여학교를 전면 폐쇄했는데 이번에는 여성들이 눈만 내놓는 니캅을 착용하고 온몸을 가리는 아바야를 입는 조건으로 남녀를 구별해 교육을 받도록 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전면 금지했던 이전에 비해, 이번에는 낮은 지위로라도 정부에 참가하게 한다고 발표했다. 우리의 관점에서는 매우 낙후된 것이지만, 과거 탈레반 집권 시기와는 차이가 있다. 물론 탈레반 정부의 공언과는 달리, 앞으로 몇개월 동안은 피의 보복이나 잔혹 행위 등 비극적인 사건들이 잇따를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가 통합된 목소리를 내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탈레반이 여성에 대한 잔혹 행위나 탄압을 하고, 종교적 교조주의를 강요한다면 국제사회가 공조해 경제 제재 등을 통해 경고해야 한다. 집권 1기 탈레반의 극단주의에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파키스탄이 먼저 탈레반 정권을 공식 인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에는 탈레반 정부에 대한 공식 인정 여부를 탈레반이 어떤 식으로 국가를 운영할지가 명확해진 이후에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카불 이븐시나 대학의 강의실에서 6일 커튼으로 남녀의 공간을 분리한 채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카불 이븐시나 대학의 강의실에서 6일 커튼으로 남녀의 공간을 분리한 채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지난 20년간 도시 지역에서 활발한 사회 활동, 교육, 인터넷을 통한 외부와의 소통을 경험한 여성, 청년세대의 역할이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을까.

“지난 20년간 도시에서 개방적인 삶을 경험했던 이들 세대가 이슬람 극단주의 정책을 서서히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지만, 당분간은 쉽지 않다. 전쟁에 승리한 것은 탈레반이고, 탈레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당분간 표면화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오랜 전쟁의 결과 아프간에는 두개의 세상, 즉 도시의 지식인, 청년들과 지방의 전통세력, 산악과 농촌 주민들 사이에 너무나 큰 괴리가 생겨났다. 아프간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인가. 도시와 농촌의 현실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 이 두 세계의 괴리가 어떻게 봉합되느냐에 따라 아프간의 변화가 올 수 있다.”

―지난달 26일 카불 공항에서 일어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테러 이후, 결국 아프간이 이슬람주의 극단주의 세력들의 근거지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그런 개연성도 있지만, 왜 탈레반은 재집권을 했지만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는 성공하지 못했는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도 있다. 탈레반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프간이라는 국가를 단위로 한 이슬람주의 운동이고 그 안에서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는 단일한 국가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용병으로 활동한다. 아프간에 와서도 아프간인들에게 가장 극단적인 폭력을 저질렀기 때문에 지지 기반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다양한 이슬람 극단주의가 확산된 배경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다. 이 전쟁은 세계를 극단적으로 이원화시켰고, ‘테러리스트를 양산시킨 전쟁’이었다. 이슬람주의 극단세력들은 ‘괴물’이지만, 미국이 벌인 테러와의 전쟁으로 부모 형제,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당하는 것을 본 이들이 분노와 적개심으로 극단주의에 빠지는 구조가 형성된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한동안 아프간에서 혼란이 계속되겠지만, 탈레반이 통합정부를 수립하고 안정화된다면 치안유지 차원에서 테러 소탕작전을 벌일 것이고 이슬람국가나 알카에다는 점차 약화되고 고립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1~2조 달러가 넘는 막대한 전비를 투입했는데 왜 아프간은 이런 상황이 되었나.

“이란이나 한국에서 여러 아프간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아프간 학생들은 많은 지역에서는 책을 구하는 것조차 너무 어렵다고 했다. 학교 건립에도 많은 돈이 들어갔지만, 실제로는 부정부패로 중간에서 대부분이 사라졌다. 미국 군산복합체는 전쟁을 일으키고 20년 동안이나 지속시켰다. 이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겼을 뿐 아니라, 아프간을 무기 시험장으로 활용했다. 드론으로 다양한 신형 폭탄이 투하되었고,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되었다. 미국은 점령 초기에 정통성이 전혀 없는 카르자이 정부를 세웠다. 미국 석유회사의 로비스트였던 카르자이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식당을 하던 자기 형을 아프가니스탄 상공회의소 (ACCI) 대표로 임명했고 , 미국의 이익, 그리고 자신의 안위를 위한 정치를 했다. 부정부패가 극심해졌고, 아프간 재건은 근본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군이 보인 점령군의 태도, 계속되는 오폭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도 반감을 키웠다. 내가 만난 아프간 사람들은 탈레반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미군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이었다. 아프간 전쟁의 진정한 승리자는 누구인가, 이 모든 과정에 아프간 국민은 없었고 미국 군산복합체와 친미 정부 관리들만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그 결과 아프간 인구의 70%가 거주하는 시골과 산악 지방에서는 탈레반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현실이 나타났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의 패배는 군사적 패배일 뿐 아니라, 정치적 패배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 철군을 강행한 것을 어떻게 평가하나.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철수는 전략적 후퇴라기 보다는, 오히려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를 확정하는 사건으로 봐야한다. 냉전시대 미국의 주적은 소련, 탈냉전 시대에는 이슬람주의였다면, 이번 아프간 철군을 계기로 미국 세계전략의 주적 개념이 중국으로 분명하게 변화했다. 2012년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부터 중국을 대상으로 한 변화를 추구한 것이 완성된 것이다. 16~17세기 이후 바닷길과 항공로가 중심이었다면, 중국의 부상으로 육상로와 지정학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었다. 지정학의 재부상으로 유라시아에서 갈등과 충돌 가능성도 커졌고, 해양과 대륙 세력이 만나는 한반도에 미칠 영향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관계를 강화시키려는 미국의 압력이 커질 것이다.”

유달승 교수가 3일 한국외국어대 연구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유달승 교수가 3일 한국외국어대 연구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미국과 탈레반의 관계는?

“미국과 베트남 관계가 모델이 될 수 있다. 서로 전쟁을 했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관계 복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탈레반은 미국대사관이 아프간에 남아 있길 바란다면서 미국과 관계 개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절박한 경제 문제 해결을 비롯해 탈레반 정부가 유지되고 안정화되려면, 미국을 비롯한 여러 강대국과의 외교관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이 미국을 배제하고, 중국이나 러시아와만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단순하게 도식화할 필요는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 봐도, 카불공항에서 테러를 저지른 이슬람국가 호라산을 끝까지 격퇴하겠다고 했는데, 현실적으로는 이들이 몇명이고 어디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드론 공격만으로 괴멸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미국은 이슬람국가 호라산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탈레반과 협력해야 한다. 또 한가지 주목할 것은, 아프간의 천연가스관 공사다.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원인 중 하나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천연가스를 아프간을 거쳐 파키스탄으로 수송하는 미국 주도의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이 계획은 파키스탄을 넘어 인도까지 확장돼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아프간 철군 이후에도 탈레반과 협력해 이 공사를 계속하려 할 것이다.”

―중국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위구르인들을 탄압하면서, 탈레반과 협력적인 관계를 맺고자 한다. 중국은 어떤 역할을 하게될까.

“중국은 미군 철수가 자국에 유리하다고 보면서도 신장위구르 문제 등으로 속내가 복잡하다. 그런데, 정말로 중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신장위구르에서 이슬람주의의 위협이 심각한지는 불확실하다. 오히려, 중국은 탈레반과의 관계를 통해 신장위구르를 더 철저히 통제하면서, 미국의 실패로 나타난 공백을 선점하려 할 것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이나 육상 지정학의 중요성을 고려해 아프간에 개입하려 하겠지만, 영국, 소련,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했다가 실패한 경험을 고려해, 경제적 지원과 개입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슬람주의의 확산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너무 과장해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소련이 1979년 아프간 사회주의 정권을 지지하겠다며 아프간을 침공한 것은, 이란 이슬람혁명으로 이슬람주의가 중앙아시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오판했기 때문이다. 이슬람국가 호라산이 위구르인들과 연계된다면 중국에 위협이 되겠지만, 중국은 탈레반을 경제적으로 지원해 이런 가능성을 차단하려 할 것이다.”

―다른 나라의 국가재건에 관여하지 않고, 역량을 중국 견제에 집중하겠다는 ‘바이든 독트린’은 중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중동 내에서는 친미-반미의 구도가 약화되고 각국이 이해관계에 따른 실용주의 외교로 나아가면서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미국-이란 핵협정 복원과 관계 개선, 이란-사우디의 점진적 관계 개선, 예멘 내전의 중단과 평화협정 체결 등이 진행될 것이다. 철저한 친미국가였던 사우디도 최근 친중, 친러 정책을 병행하면서, 점진적으로 이란과 관계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아프간 상황이 정상화되기까지 난민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텐데, 유럽 국가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고 결국 주변국인 이란과 파키스탄으로 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이란의 핵 협정 협상이 곧 재개될 것이다. 이스라엘의 입지는 점차 고립화될 가능성이 있다. 아랍 국가들이 친미 정책에서 부분적으로 탈피하면서 팔레스타인 문제에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입장을 취할 가능성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변화를 저지하려고 강경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지만, 역사의 흐름은 막기 어렵다.”

―한국은 아프간인 조력자 390명을 탈출시켜 데려왔다. 이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한국과 협력했던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당연하고,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을 때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샘물교회 사건 등으로 위기도 있었지만, 한국이 아프간에서 의료, 교육, 재건 지원을 상당히 잘 했다. 이번에 온 아프간 조력자들을 너무 특별하게 대상화하지 말고, 우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의견을 듣고 먼저 한국에 와 있는 아프간 유학생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들을 통해 우리가 아프간 상황과 역사, 문화를 더 잘 이해하고 미래에 아프간과 긍정적 관계를 발전시킬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아프간 재건이 순조롭게 된다면 이들은 한국과 아프간의 외교, 경제 관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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