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신임 외교부 장관이 1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출입기자단과 상견례를 겸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2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과 평화 등을 열쇳말로 하는 ‘글로벌 가치외교’를 새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로 제시했다. 다가오는 한-미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선 대북 억지력 강화와 북핵 협상 재개 방안, 글로벌 공급망 교란 대응과 새로운 인도·태평양 지역 질서 관련 내용에 논의가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취임식 뒤 기자들과 만나 “선진국으로 가는 대한민국의 외교적 책임이 더 커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의 입장을 밝히고, 일관된 가치에 기반하는 게 필요하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나라로서 국내도 그렇지만, 지역 차원의 자유민주주의도 중요하다”며 “자유와 인권이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국이 나름대로 입장을 밝히고, 이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국익 외교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0일 취임사에서 “자유와 인권의 가치에 기반한 보편적 국제 규범”을 강조하며, “세계 시민 모두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고 확대하는데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개별 국가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기아와 빈곤, 공권력과 군사력에 의한 불법 행위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고 존엄한 삶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모든 세계 시민이 연대하여 도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 ‘가치 외교’란 얘기다.
박 장관은 “대중국 정책을 포함해 가치와 국익이 충돌할 때 어떻게 조율할 것이냐”는 질문엔 “국익과 부딪칠 수 있는 면이 있을 수 있지만, 가치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게 장기적으로 우리 국익에 부합한다”며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감안해 외교를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재건’을 강조한 한-미 동맹과 관련해 박 장관은 “동맹 간 여러 현안도 있었고, 그간 불편했던 부분도 있다”며 “양국 간 신뢰를 강화하고, 공통의 이익에 기반해 포괄적 전략 동맹을 한층 더 높이는 게 새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오는 2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묻자, “한반도 안보 정세가 엄중하고, 북핵·미사일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북) 억지력 강화 방안이 중요 의제”라며 “한-미의 비핵화 요구에 북이 위협과 도발로 맞선만큼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경제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데 한국과 미국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협의가 필요하다”며 “인도-태평양 시대의 새로운 질서가 열리고 있기 때문에 관련 협력 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미국이 ‘중국 견제용’으로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아이피이에프·IPEF)에 대해서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이 반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아이피에프는 어느 한 나라를 겨냥해서 추진하는 게 아니다. 중국과 이해상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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