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가 지난 2일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동원 피해배상 강제집행 방해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 마련을 위한 민관협의회 3차 회의가 9일 오후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주재로 열렸다. 가해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보유 자산 특별현금화(매각)에 대한 대법원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긴박감 속에 회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쪽 설명을 종합하면, 피해자 쪽 불참 속에 열린 이날 회의에선 앞선 두 차례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해법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참석자들은 일본 쪽의 상응 조치와 관련해 사과·사죄의 수위와 방식, 주체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쪽 사과를 구체적인 서한이나 문서 형태로 받아야 하는지 또는 구두로 받아야 하는지부터, 과거 일본 쪽의 사죄 표현과 방식 등을 다시 고려해 볼 수 있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며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고위급에서 가해기업 쪽에 ‘사과 등 기업의 독자적 결정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 사과와 관련해 융통성이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고 전했다.
외교부가 지난달 26일 아무런 사전 설명없이 가해 전범기업의 국내 보유 자산 매각에 대한 최종 판단을 미뤄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면서, 피해자 쪽은 ‘신뢰’가 깨졌다며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민관협의회가 아니더라도 피해자 쪽과 끈기있게 다양한 경로로 의사소통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법리적 측면 뿐 아니라 정서적 측면까지 공교하게 누수 없이 대비를 해야 해결 방안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윤덕민 주일 대사가 “(가해 전범기업 국내 보유 자산의) 현금화가 이뤄지면 한-일 양국은 물론 기업, 국민 등 천문학적 피해가 우려된다”며, ‘현금화 동결’을 강조한 것을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외교부 내부에서도 윤 대사의 발언이 “피해자들의 정서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가해 전범기업(피고) 쪽이 법원의 특별현금화 결정에 반발해 낸 재항고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도 임박했다. 사건이 접수된 지 4개월째가 되는 오는 19일 전까지 심리불속행(본안 심리를 진행하지 않고 기각)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심리불속행 할 수도 있고 심리를 좀 더 할 수도 있고, 그건 다 법원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긴박성을 갖고 있지만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이후에도 정부 차원의 안(해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쪽과 의사소통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