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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한국인 ‘중국 반감’ 88%…기획된 정서인가, 위협이 큰 탓인가

등록 2022-08-22 20:34수정 2022-08-23 07:25

경제보복·황사·한한령 등 영향
중 경제 급성장 부담도 작용
“친중-반중 이분법 탈피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평균적인 세계인은 미국과 중국 모두 국제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여긴다. 갤럽이 2021년 10~12월 45개국 성인 4만20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미국이 국제질서를 ‘안정시키고 있다’(이하 ‘안정’)가 39%, ‘불안정하게 한다’(이하 ‘불안정’)가 41%였다. 중국은 ‘안정’ 29%, ‘불안정’ 47%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른바 주요 2개국(G2)은 세계인한테 ‘불안’ 요인이다.

한국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갤럽 조사에서 한국인만 따로 떼어내서 보면 미국은 ‘안정’ 57%-‘불안정’ 34%인데, 중국은 ‘안정’ 4%-‘불안정’ 88%였다. 평균적 세계인과 달리 한국인은 ‘미국=안정, 중국=불안정’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중국에 대한 반감 정도가 매우 강하다는 얘기다.

한국인이 늘 ‘반중’적이지는 않았다. 갤럽의 ‘한반도 주변국 정상에 대한 호감도’ 조사 추이를 보면, 2014년 7월 둘째 주 조사에선 중국 정상(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호감(59%)이 비호감(15%)을 압도했는데, 가장 최근 조사인 2021년 11월 둘째 주엔 호감이 한자리수(8%)로 추락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2016년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과 중국의 ‘경제보복’ 악순환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물론 사드만은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이 밝힌 ‘중국을 싫어하는 이유’는 황사·미세먼지, 코로나19 발생·대응, 한한령(한국 문화사업에 대한 중국 내 수익활동 제한) 등 다양하다. 좀 더 구조적으론 중국의 압도적 경제력에 대한 부담감,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양자택일’의 압박, 홍콩·대만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 태도 등에 따른 반감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의 강한 ‘반중·친미’ 정서를 놓고 최근 국내에서 논쟁이 뜨겁다. 반중 정서의 기원을 서구 중심주의의 산물로 보는 시각과 ‘중화제국의 귀환’의 위험성을 경계하는 태도가 충돌한다. “신식민주의와 유사인종주의가 결합된 한국의 독특한 중국인식체계”라는 뜻을 지닌 ‘짱깨주의’라는 개념을 동원해 ‘반중·혐중’을 “구조적으로 기획된 이데올로기”라 비판한 <짱깨주의의 탄생>(김희교)이 있다. 반대편에는 “한국에 있어 중국이란 나라는 실제적인 위협이자 거대한 리스크(위험)”라는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한청훤)이 있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중국어문화학과)는 “장기적 관점에서 내재적 중국 연구는 지속돼야 하지만, 모순적인 중국 체제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지정학적으로 점차 강화되고 있는 중국의 패권적 의도를 약화시킬 수 있는 논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중-반중의 이분법을 벗어나 중국 내 역동성과 다양성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이주현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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