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관계자들이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의 해법으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재원을 마련해 피해자들에게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피해자 쪽은 일본 정부·기업의 배상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고, 일본 쪽이 이 방안에 호응할지도 불투명해 진통이 예상된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12일 외교부와 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국회에서 공동주최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민사 사건으로서의 채권, 채무 이행의 관점에서 판결금은 법정채권으로 피고인 일본 기업 대신 제3자가 변제가 가능하다는 점이 (민관협의회에서) 검토됐다”며 “우리 피해자분들이 판결금을 제3자로부터 받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 대법원은 2018년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 2곳에 각각 강제동원 피해자 15명에게 1인당 1억원 또는 1억5천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해당 기업들은 배상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배상금 재원 마련과 관련해 심규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은 “우선은 청구권 자금 수혜 기업의 기금을 받아 써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수혜를 받은 포스코, 외환은행, 한국전력 등 한국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서 국장은 “일본이 이미 표명한 통절한 사죄와 반성을 성실히 유지 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보다는 과거 일본 정부가 밝힌 과거사 문제 관련 반성 입장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정부는 피해자 쪽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쳐 이런 방안을 최종안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이에 피해자 지원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의 김영환 대외협력실장은 토론회에서 “한국이 먼저 피해자에 대해 출연하고 일본의 호응을 기대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일본의 책임을 완벽하게 면책해주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피해자 쪽 법률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토론회 참석 뒤 기자들에게 “피해자들이 원하는 사과는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사실 인정과 이에 대한 반성·사과”라며 “지금 같은 방식의 외교부가 추진하는 사과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앞서 피해자 쪽과 시민사회, 야당 의원들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인 해법안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홍규 고려대 교수, 이원덕 국민대 교수, 최우균 법률사무소 자유 변호사, 길윤형 한겨레신문 국제부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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