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대일외교 진단과 과제'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일본 기업의 참여없이 제3자(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지원재단)를 통해 한국기업이 낸 재원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절차에서 무리한 면이 적지 않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16일 오전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대일외교 진단과 과제 긴급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채권자(강제동원 피해자)가 특정 채무자(일본 전범 기업)로부터 변제를 받아야겠다는 입장인 경우에는 채권자의 승낙 없는 병존적 채무인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병존적 채무인수는 미쓰비시나 일본제철 등 전범기업들이 피해자에게 진 채무를 지원재단이 인수해 대신 갚아주는 방안을 말한다. 정부는 과거 판례와 학설에 비춰봤을 때 병존적 채무인수의 경우 피해자 동의가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김 교수는 채무만 변제받으면 되는 일반 민사소송과 달리 ‘특정 채무자(전범 기업)로부터 변제를 받아야겠다는 입장’인 강제동원 문제의 경우 채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최봉태 변호사(법무법인 삼일)는 병존적 채무인수를 수행할 기관인 지원재단의 성격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 정부 발표를 보면 지원재단의 설립취지에 정면으로 반해 (피해자들의) 일본 정부 및 기업에 대한 권리투쟁을 막아 내는 앞잡이로 만들어 버렸다”며 “일본에 보관돼 있는 일본제철과 미쓰비시 중공업 등이 공탁한 공탁금을 환수하고 이를 위한 소송지원을 하기는커녕 아예 정관의 이런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채무를 소멸시켜 이런 활동을 하지 못하게 방해를 하는 재단으로 추락시켜 버렸다”고 말했다.
정부의 해법이 몰역사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창록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문제 해법을 마련하면서 일본 전범 기업의 배상 책임을 사실상 면제한 것에 관해 “1905년 을사늑약과 1910년 병합늑약 등이 당초부터 무효라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박정희 정부보다도 몰역사적인 최악의 정부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피해자 쪽 대표로 나온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국민적 자존감을 훼손하고 오히려 일본 피고 기업의 대리인을 자처하고 있는 장관을 탄핵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헌법 정신이 어떻게 살아나겠나”라며 “헌법을 파기하고 피해자들을 모욕한 박진 외교부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피해자 배상 재원을 한국기업이 마련하도록 한 것과 관련해 “자해적 외교를 중단하라”며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면 간도 쓸개도 다 내어줄 수 있다는 자세로 과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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