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한 윤덕민 주 일본대사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한일 관계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덕민 주일대사가 27일 “한-일이 역사문제를 가지고 많이 싸웠지만 전략적인 이익관계는 거의 일치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엔(UN)에서 찬성과 반대를 묻는 결의안이 많은데 한-일(의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가 98%”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그러한 한-일관계를 악화 상태로, 갈등 관계로 방치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는 하나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해법인 ‘제3자 변제’을 두고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8년 대법원 판결이 상호모순되는 것을 정부가 존중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며 “고육지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사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재확인한 것을 놓고서는 “(기시다 총리가)김대중-오부치 선언 내용 자체를 인용하지는 않았지만, 전체로서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한 것을 보고 한-일 관계가 그것(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지켜지지 않던 관계에서 지켜지는 관계로 다시 복원됐다는 생각을 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사의 모두발언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일본의 역사인식이 계속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에 “일본의 국민성이 우리하고 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잘못을 한 사람은 계속해서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데 일본은 다른 문화가 있다”며 “고멘나사이(죄송합니다)라고 한 후 미즈니나가스(물에 흘려버리다)라고 한다. 한 번 사과하면 그다음에는 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당국자는 “(일본은) 자기네들이 잘못했던 시대, 제국주의 시대 행적에 관한 문제들이 대학 입시에 안 나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이 거기까지 공부를 안 한다”며 “그러다 보니 (전후) 1세대들은 자기네들이 한 짓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어 일정 부분 과거사에 대해 반성을 하고 있지만, 2세대·3세대가 되다 보니 그런 의식이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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