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특별시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위해 단상에 서자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뒤 왼쪽)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하원 본회의장에서 한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은 이승만·노태우·김영삼·김대중·이명박·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7번째다.
이날 미 하원 본회의장에 선 윤 대통령은 “저는 지난해 취임하면서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소명을 밝혔다”며 이렇게 말했다. 또 “한·미 양국의 자유를 향한 동행이 70년간 이어지는 동안에도 이와 정반대의 길을 고집하는 세력이 있다. 바로 북한”이라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말한 바와 같이,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지점이 있으며, 절대로 넘어선 안 될 선이 있다는 것을 북한에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문을 열어둘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공조와 더불어 한·미·일 3자 안보 협력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워싱턴특별시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 입장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 민주주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피와 땀으로 지켜온 소중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시스템이 거짓 위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지난 4·19 기념사를 그대로 따와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은폐와 위장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당시 기념사는 한국의 야권과 시민사회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 바 있다.
한-미 문화교류 상황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기생충> <미나리> 등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를 수상하고 <탑건> <어벤져스> 같은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아왔다”며 “제 이름은 모르셨어도 비티에스(BTS)와 블랙핑크는 알고 계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 콘텐츠는 양국 국민이 국적과 언어의 차이를 넘어 더욱 깊이 이해와 우정을 쌓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미국이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고 한국이 <오징어 게임>과 같은 킬러 콘텐츠를 생산해 공급하는 새로운 양상의 시너지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영어로 연설했다. 연설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자유’로, 모두 46차례 등장했다. ‘미국’은 34차례, ‘대한민국’과 ‘한국’은 각각 27차례와 22차례, ‘한미’와 ‘동맹’은 각각 26차례 언급됐다.
워싱턴/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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