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9일 청와대 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 대통령 “설득에 초점”…아베 ‘신사참배’ 비켜가
노무현 대통령은 9일 아베 신조 일본 신임 총리에게 두 나라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우리 쪽 의견을 전달했으나, 당장 합의점을 찾기보단 앞으로 함께 해결해 나가자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양국 관계가 과거사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과거사가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현재도 살아있는 문제이고, 역사 문제가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아베 총리에게) 전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교과서 왜곡 △군대위안부 문제 등을 들며, 일본 정부의 적극적이고 성의있는 노력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즉답을 피하면서 “한·일 역사문제는 과거 무라야마 총리가 공식 발표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계승하며, 종군위안부 문제도 역시 과거 고노 관방장관의 발표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라야마 총리는 지난 1995년 일제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반성하는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고, 고노 관방장관은 93년 군대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하고 사과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또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선 올해 안에 2기 공동위원회가 출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과거사에 대한 한국 국민의 감정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과거사 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선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4월 관방장관 시절,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총리 취임 이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더라도 이를 밝히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정치적 입장이 있는데, 모든 것을 한꺼번에 완전히 약속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며 “(참배 중단이란) 전제조건이 해결돼야 대화하는 게 아니라, 대화를 통해 참배하지 않게 하는 방향으로 설득해가는 외교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래서 (야스쿠니에) 갈 거냐, 말 거냐 즉답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당연히 안 갈 것으로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방향으로 대화를 풀어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은 “만일 야스쿠니 참배가 다시 강행된다면, 회복 실마리를 찾은 한-일 관계가 다시 교착상태에 빠지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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