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보스워스 특사, 대통령에 직접 보고” 막강한 권한 강조
“북 현정부 상대 6자회담 복귀가 목표” 협상속도 높일듯
“북 현정부 상대 6자회담 복귀가 목표” 협상속도 높일듯
한-미 외무회담 결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20일 서울에서 밝힌 대북 메시지의 핵심은 “(핵폐기 등) 북한을 상대하는 데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미국대사를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한다고 공식 발표한 대목에 담겨 있다. 클린턴 장관은 “보즈워스 대사는 북한 관련 문제를 다루는 고위 관료이자 미국의 대북 관여를 위한 고위 (특별)사절로 활동하며, 나뿐만 아니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한테 보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즈워스 특사가 미국의 대통령 및 국무장관과 직통 라인을 열어두고 대북정책을 주도적으로 다룰 ‘막강한 권한’을 지녔으니, ‘북한은 보즈워스와 잘 풀어가기 바란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요컨대, ‘미국은 이제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됐다’는 뜻이 담긴 선언이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현존하는 정부와 리더십을 상대로, 이들의 6자 회담 복귀와 의무 이행의 방법을 찾는 게 지금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전날 밤 서울행 비행기 안에서 했던 ‘북한 지도체제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긴장이 고조될 수 있을 것으로 깊이 걱정하고 있다’는 문제적 발언에 대한 부연설명이기도 하다. 북한 내부 권력동향과 관련한 클린턴 장관의 19, 20일 발언을 조합하면, 미국은 북한 권력 핵심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기 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끄는 현재의 북한 정부를 상대로 협상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강경한 대북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현실주의적 접근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간접 권유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클린턴 장관의 관련 발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결정권을 갖고 있을 때 핵·미사일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야 하며, 그를 위해 북-미 협상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본다”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외무장관 회담 뒤 이뤄진 클린턴 장관 접견·오찬 때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6자 회담을 통해 지속적으로 설득하면 북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대목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클린턴 장관은 북한의 최근 언행에 대한 ‘경고 메시지’와 함께, 한-미의 공고한 대북정책 공조를 강조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미 양국은 어느 문제보다 북한 문제에 대해 한마음”이라며 “북한은 한국과 대화를 거부하고 한국을 비난함으로써 미국과 다른 형태의 관계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쪽이 남북 관계에 적극성을 보여야 북-미 관계도 순조롭게 풀릴 수 있으니, 북쪽도 원만한 협상 분위기 조성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말이 ‘남북 대화에 불응하면 북-미 대화도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클린턴 장관은 이어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관련 활동을 금지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북한은 6자 회담에 피해를 주는 모든 도발적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곤 “우리는 (북한 관련) 모든 우려사항에 단합해 대처할 수 있는 최선의 대북 접근법을 6자 회담 파트너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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