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드림호 인도양서 피랍
삼호드림호 피랍 사건은 소말리아 해적들이 최근 활동해역을 넓히고 정교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8년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해적 퇴치를 위한 군사력 동원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해적들의 활동은 되레 기승이다. 수에즈운하의 길목으로, 연 3만척의 선박이 통항하는 아덴만 지역과 소말리아 인근 해역이 해상안전 순찰해역으로 선포돼 다국적 해군의 활동이 강화되면서 해적들이 오히려 인도양 먼바다와 오만 해역까지 진출하게 된 것이다.
2006~2007년까지 소말리아 해안에서 최대 370㎞(200해리)에 불과하던 해적들의 활동영역은 2010년엔 2037㎞(1100해리)까지 확대됐다. 서유럽 전체에 맞먹는 넓이의 해역은 미국, 유럽연합, 한국 등의 군함 20여척이 지키기엔 너무 드넓다.
해적들은 더는 고무보트에 탄 전직 어부들의 어설픈 생계형 조직이 아니다. 소말리아 북동부 에일과 중부 하라르데레의 본거지에서 먼바다까지 위성통신과 위성항법장치(GPS)를 갖춘 모선으로 이동해, 로켓추진총류탄(RPG)과 자동소총, 배에 오르기 위한 갈고리와 사다리 등으로 무장한 쾌속정으로 선박들을 공격한다. 지난해만 47척, 867명의 선원을 납치해 1억500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1991년 내전 이후 지속되는 소말리아의 무정부 상태와 3000㎞에 달하는 해안선은 해적들의 온상이다. 세계 최빈국의 하나인 소말리아에서 해적사업은 국민들의 70%가 지지하는 사업이고, 일종의 지역공동체 운동이 되고 있다. 지난해 하라르데레에는 ‘해적기업’들에 돈이나 무기 등을 투자하고 이익을 배당받는 증시가 열렸는데, 현재 1백여곳이 상장돼 성황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다국적 해군의 군사력도 속수무책이다. 혐의자를 붙잡더라도 해적 장비들을 바닷속에 던져 증거를 인멸하는 식으로 대처해 풀려나고 다시 해적활동에 나선다. 이들을 처벌할 국제법적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현재 해적들의 근거지에는 8척의 선박과 160여명의 선원들이 인질로 잡혀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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