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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김정은 체제 앞날 한반도 전문가에 듣는다

등록 2012-01-01 22:32수정 2012-01-02 15:37

2012년 한반도의 기상도는 어떤 모습일까? <한겨레>는 국내외 석학 4명에게서 견해를 들었다. 인터뷰는 전자우편으로 이뤄졌으며, 7가지 공통 질문을 던져 각각 답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 1 3대세습 어떻게 봐야 하나?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권력세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3대 세습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북한 내부에 세습이 불가피한 특수성이 있는 것일까요? 있다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문 2 김정은 권력 확고한가?
북한의 보도를 보면, 김 부위원장의 권력승계가 순탄하게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김 부위원장의 권력기반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집단지도체제 또는 새로운 권력의 등장이 가능할까요?

문 3 북 개혁·개방 나설까?
북한이 경제회생을 위해 개혁·개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이 많습니다. 그러나 체제 안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쉽게 개혁·개방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북한이 어떤 길을 갈 것으로 보십니까?


문 4 남북관계 어떻게 전망?
정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을 새로운 대북 접근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 당국의 조문 태도를 비난하며 “이명박 정부와는 상종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남북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문 5 북핵문제는?
최근 북-미 대화가 급진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장 사망 전 북-미는 중국 베이징에서 식량 대화를 했고 김 위원장 사망 발표 다음날 북-미 전화접촉을 했습니다. 북-미 관계와 6자회담 등 북핵 문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문 6 북중관계는? 중국은 김 위원장이 사망하자 상무위원 전원이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을 찾아 조문하고 김 부위원장을 후계자로 인정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 북-중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문7 미·중 한반도서 충돌 가능성?
최근 미-중 사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현재는 한반도 안정화에 양국의 인식이 일치하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미-중의 이해가 한반도에서 부딪칠 가능성은 없다고 보십니까?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북은 ‘김씨 조선 왕조’…3대세습은 불가피한 경로

박명림 한국 연세대 교수
박명림 한국 연세대 교수
선군주의-개혁개방 충돌
북-미대화는 재개될 것

1 3대 세습은 북한으로서는 불가피한 경로였다. ‘조선’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김씨 조선’ 왕조로 변모했다. 문제는 그 불가피성이 갖는 양면적 위험성이다. 북한은 세습을 안 하면 지배이념인 주체사상과 백두혈통 논리를 전면 부인해야 하고, 반대로 세습을 하면 오늘의 고통스런 현실을 초래한 김일성·김정일의 통치 철학과 방식을 고스란히 승계해야 한다.

2 분명히 김정은은 국가지도자와 우상화의 위치에 공식 추대되었다. 그러나 공식담론이 권력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백두혈통의 유교논리에 내재한 장자상속도 아니다. 너무 짧은 권력승계 준비기간 역시 그가 능력과 업적을 증명할 시간 없이 단기간에 추대된 지도자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는 할아버지나 아버지와는 달리 권력을 ‘장악한’ 것이 아니라 아직 ‘지명된’ 상태에 불과하다. 그 점에서 김정은은 김일성의 ‘창업’과 김정일의 ‘수성’을 결합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3 김정일 사후 북한은 단기적으로는 개혁·개방이 어렵다. 첫째, 김정은 체제가 갖는 권력기반의 불안정성은 국가전략을 쉽게 전환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내부 기반 다지기도 힘겨운 상황이다. 둘째, 선군주의와 개혁·개방의 충돌이다. 개혁·개방을 막고 있는 핵심 요체가 핵개발을 포함한 선군주의다. 셋째, 북한체제 내부에서 강성대국의 의미가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먼저 개혁·개방주의자들은 강력하고 번영한 강성(强盛)대국을 추구한다. 반면 군부는 막강하고 비타협적인 군사대국인 강성(剛性·强性)대국을 추구한다. 끝으로 김정일을 포함한 최고지도부는 강력하고 성공적인 강성(强成)대국을 추구하였다. 넷째, 국제적 차원에서도 미국·남한·일본을 상대로 핵을 포기해야만 개혁·개방이 가능한데 이것 역시 거의 불가능하다.

4 한국의 보수세력은 북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능력이 없다고 본다. 실용주의가 아닌 이념주의를 택하기 때문이다. 김정일 사망 이후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 아래서는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 김일성 사망 때의 상황과 비교하여, 한층 성숙해진 남한 시민사회의 반응에 비추어, 조문 문제의 경우 이명박 정부는 특사를 파견하는 것이 좋았다. 다음 정부를 위해서라도 이명박 정부는 빨리 이념주의에서 실용주의로 전환하여 단절된 남북관계를 어느 정도 회복시켜 놓아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인도주의 문제를 포함한 교류협력 재개와 6자회담을 포함한 북핵 문제 논의 틀의 복원이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5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종된 데는 몇몇 요인이 있다. 첫째는 미국정부 내부의 북핵 문제에 대한 ‘비핵화’ 노선과 ‘비확산’ 노선의 갈등이었다. 그러나 비확산과 비핵화의 목표는 꼭 분리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둘째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에 보조를 맞추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남북한과 미국에서 동시 정권교체기를 맞아 그럴 필요성은 사라졌다. 셋째는 테러와의 전쟁이었다. 이 요인은 이라크 철군으로 일단 소멸했다. 북-미 대화는 재개될 것으로 판단된다.

6 중국은 이례적일 만큼 신속하게 후계체제 지지의사를 표시하였다. 이는 우선 북한에 대한 중국의 특수한 영향력을 인정받기 위한 것이었다. 둘째는 북한 내부의 김정은 이외 세력에 대한 경고였다. 셋째는 남한에 대한 경고였다. 후진타오 주석이 이명박 대통령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은, 남한에 대한 불만의 표시인 동시에 북한에 “확실한 당신들 편”이라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향후 북-중 관계는 더 긴밀해질 것이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 영향력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중국을 통하지 않고는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7 미·중 양강이 결정적으로 충돌하거나 갈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부분적 긴장은 있을 수 있다. 한반도 문제의 경우 급변사태 등 결정적인 순간에 미-중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박명림 한국 연세대 교수


‘아랍의 봄’ 같은 봉기 있으리라 예상하지 않는다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
당장 개혁개방은 없을 것
오바마 북에 관심 안보여

1 북한 사람들은 몇 천년 동안 군주제만 알고 살아왔고, 최근 한 세기 동안은 독재만 겪었다. 처음에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의 독재를 겪었는데, 특히 일제 식민지배의 후반기에는 모든 한국인이 일본 천황을 경배해야 했다. 그리고 이후에는 김일성 일가의 지배를 보아온 것이다. 한국 문화에는 왕실과 관련된 의식과 의례, 구전 설화, 뒷이야기가 매우 풍성하다. 특히 누가 왕위를 이을 것인가를 놓고 많은 이야기가 있다. 후계자가 어릴 때부터 많은 이들이 후계자에게 관심을 보였고 김정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에 얹혀진 군주제 국가이며, 철저히 한국화한 공산주의 정치체제이다.

2 매우 강력한 당과 군의 간부들이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권력 승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영결식에서 김정은 부위원장의 뒤를 따라 걸은 것은 이를 잘 말해준다. 장성택 부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보안 부서를 이끌어 왔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다. 김기남 당비서가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김기남 비서는 김일성 주석 때 사람이다. 나이가 여든을 넘었다. 차량 반대쪽에는 군부의 고위 인사들이 있었다. 이런 모습은 모든 사람에게 3대 세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 최고 권력 집단이 김정은 부위원장을 지지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이 진정으로 독립적인 권력을 행사할 때까지는 몇년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집단지도체제를 예상할 수 있다. 아마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뒤 몇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국가기능 마비 사태를 겪을 수도 있다. 나는 북한에 아랍의 봄과 같은 봉기를 예상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이 그런 봉기를 두려워한다고 확신한다.(그러므로 그것을 막으려고 모든 일을 다할 것이다.)

3 북한 입장에서는 언제나 체제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서울과 워싱턴이 유화정책을 쓴다면 더 많은 개혁과 개방이 있을 수 있다. 김정은 부위원장이 서구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아버지보다 더 개혁·개방을 잘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지금 당장 개혁·개방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몇년 뒤에나 가능할 것이다.

4 이명박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는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은 2012년 12월 남쪽의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기다릴 것이다.

또 11월에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지를 보기 위해 기다릴 것이다. 중국의 최고지도부도 2012년 바뀔 것이다. 심지어 러시아 지도부도 2012년 바뀔 것이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시간을 보내면서 기다리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5 진전을 전망할 정보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오바마 정부는 북한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에 권력투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 정도의 관심밖에 없다.(바꿔 말하면 미국이 북한에 관심을 가질 때 미국의 관심은 잘못되거나 초점에서 어긋난 것일 것이다.)

북한은 오바마 정부가 대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북핵 프로그램의 일방적인 철회 또는 폐기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2012년에 큰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6 북한은 김정일이 숨진 뒤 보인 중국의 행동에 매우 고마워할 것이다. 중국의 이런 행동은 두 나라를 더욱 가깝게 할 것이다.

7 많은 사람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장기적인 갈등, 심지어 전쟁을 예상한다.

그러나 미국은 군사적으로 중국보다 앞서 있지만, 동시에 중국은 작지만 효과적이고 충분한 핵 억지력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경제적인 갈등은 있겠지만, 대규모 군사 충돌은 예상하지 않는다. 한반도와 관련해선 미국이 중국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하고 남·북 모두와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맺는다면 한반도의 많은 중요 현안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


북-미 국교수립보다 북-일 교섭 먼저 진척될 수도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
노다정권 뭔가 해야할 처지
한, 미·중관계 안정에 공헌을

1 수령 통치, 최고사령관 통치가 김일성, 김정일 부자로 이어져 온 까닭에 북한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병으로 쓰러지기 전부터 후계자를 김 위원장의 자식 가운데서 뽑는다는 게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다른 대안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김 위원장에게 반역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김정은은 2009년 가을부터 공식 석상에 나와 후계자로서 모습을 드러내고, 일거에 대장,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당 중앙위원이 됐다. 하지만 헌법상의 후계자 지위인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에는 오르지 못했다. 당 상무위원이 아닌 까닭에 당서기도 되지 못했다. 김정은이 앞으로 시간을 두고 이런 자리에 순차적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김 위원장은 생각했을 것이다. 권력 승계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던 김 위원장은 지명하는 것만으로는 후계자를 만들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김 위원장의 사망은 김일성, 김정일이라는 강력한 지도자에 의해 65년간 지속된 ‘강한 정치’의 종말을 의미한다. 김정은은 강한 지도자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2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김정은을 전면에 내세우긴 했으나, 김정은은 경험과 준비가 부족하고 능력이나 카리스마도 미지수여서 아버지처럼 정치를 움직여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를 중심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리영호 참모총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같은 실력자들과 군·당·정의 합의에 의한 정권운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3 군에 의한 안정과 질서 유지를 최고목표로 삼고, 김 위원장의 유훈을 충실히 따르는 게 정치방침이 될 것이다. 하지만 65년간의 강한 정치가 끝난 이상, 변화를 요구하는 기운이 국민들 사이에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것이 사회운동이 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지만, 지도부가 그 기운을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4 김 위원장의 유훈 가운데 남북관계를 개선하라는 얘기는 들어 있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 연말 한국의 대통령 선거까지는 북한의 새 정권이 남북관계를 지금보다 악화시키려 하지는 않겠지만, 개선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남북관계는 기본적인 평화의 토대가 마련돼 있으므로, 북-미, 북-일 관계 개선에 전력을 다하자는 게 김 위원장의 유훈일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은 눈앞의 것에 연연하지 말고, 북-미, 북-일 관계 개선을 지원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게 현명할 것이다.

5 미국의 의욕이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동안의 진전은 바람직하다.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는 게 좋다는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북-미 합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식량 원조와 우라늄 농축프로젝트의 일시정지를 맞바꾸는 합의가 가능하다면, 6자회담 재개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오바마 정권에 북-미 국교수립으로 가는 큰 발걸음을 내디딜 여유까지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북-일 교섭이 먼저 진척될 수도 있다. 납치 문제를 주제로 일단 교섭이 열리면 그대로 국교정상화 교섭으로 진척돼 실제 국교정상화까지 이를 수도 있다. 노다 요시히코 정권이 약한 정권이지만, 그런 까닭에 뭔가를 이뤄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6 중국으로서는 북한은 유일한 동맹국이고, 동북 방면의 안전보장에 중요한 나라다. 따라서 전력으로 북한을 지원할 것이다. 중국의 개입 정도는 강해질 것이다. 북한에도 중국의 지지와 지원은 매우 고마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 전면적으로 의지해 종속되는 것은 피하려 할 것이다.

7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 해군력 증강이 가장 주목되는 현상이다. 그런 중국과 이 지역으로 돌아오겠다고 선언한 미국의 관계가 이 지역의 주요한 모순이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공헌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를 포함한 6개국 협의체는 매우 중요하다. 이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기구를 넘어 동북아 신안보기구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느냐가 미-중 관계 안정에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


개혁개방 나서도 전면적 시장화론 나아가지 못해

진찬룽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진찬룽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남북관계 ‘돌파구’ 힘들어
중 목표는 혼란방지·비핵화

1 북한이 3대 세습을 선택하게 된 것은 권력구조 때문이다. 북한을 통치하는 것은 김일성과 함께 항일전쟁을 벌였던 혁명세력들이다. 집권세력은 소규모이지만 내부에는 여러 세력이 존재하며, 김씨 일가를 중심으로 이들의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고 있다. 김씨 일가의 인물이 아닌 다른 가문의 인물로 대체하면 다른 세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때문에 김정은이 전면에서 상징적인 지도자를 맡도록 해 파벌간 미묘한 균형이 유지되도록 한 것이다.

2 현재로선 김정은이 실제 권력기반을 갖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온 힘을 다해 김정은을 지원할 권력구조를 만들었다. 고모 김경희와 고모부 장성택이 주요한 지지자이고, 군부세력도 있다. 김정은을 중심으로 세워진 이 권력집단이 단결하면 북한 정국은 안정되고, 분열하면 불안정해질 것이다. 김 위원장의 네번째 부인 김옥이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갖고 있는지를 외부에서 알 수 없다는 점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현재 북한 상황은 집단지도체제로 볼 수 있지만 김 위원장의 원래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3년에 걸쳐 실제 권력이 김정은에게 넘어가도록 돼 있을 것이다. 이 계획이 유지될지 불확실하다.

3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세가지 방안이 있다. 첫째로 큰 틀에서 현상을 유지하면서 경제의 활력을 늘리는 것이다. 둘째는 개혁·개방으로 나아가는 것이고, 셋째는 내부 보수파의 힘이 강해져 더욱 대항적 자세로 향하는 것이다. 세가지 중에서 첫째 가능성이 가장 크다.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선다 해도 중국처럼 전능정부에서 제한적 권위주의 정부로, 전면적 시장화로 나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전능정부를 유지하면서 경제적 활력을 약간 증가시키는 쪽으로 나갈 것이다. 북한에서 권력의 합법성과 김씨 일가의 합법성은 서로 연결돼 있다. 김정은이 아버지의 정책이 틀렸다고 지적하고 개혁에 나서기는 매우 어렵다.

4 1년 안에 남북관계에서 큰 돌파구가 열리기는 힘들 것이다. 북한은 이미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남은 1년 동안 할 수 있는 한 남북관계를 안정시켜 나가야 한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냉정을 유지하고, 인도주의적 원조도 해나가야 한다. 또 대미 영향력을 이용해 미국이 북한과 잘 해나가도록 해야 한다. 중국과의 소통도 강화해야 한다.

5 현재 북한의 대외정책은 남북관계는 동결하고, 일본은 상대하지 않고, 중국·미국·러시아와는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을 매우 중시하고, 미국도 북한과의 관계 진전을 원한다. 최근 북-미 사이에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그 폭은 크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생존해 있더라도 조기에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북-미 관계도 큰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선을 앞둔 오바마 정부가 실질적인 큰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6 중국의 국가이익은 한반도 안정 유지에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전쟁 방지(不戰), 혼란 방지(不亂), 비핵화(無核)’의 3대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이후 중국의 대북 정책은 3단계다. 1단계는 북한 권력의 안정적 승계를 돕는 것, 2단계는 권력승계 안정 뒤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아가도록 격려하는 것, 3단계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 이익을 더욱 중시하는 국가로 전환하도록 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앞으로 반년 안에 북한 권력층이 단결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중국에 경계감을 갖고 있어 상황이 더 어려워진다 해도 중국에 완전히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다.

7 2011년 미국이 떠들썩하게 ‘아시아 태평양 귀환’을 선언했지만, 군사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이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반도에 대한 미-중의 공통점은 양국 모두 한반도에서 일이 벌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갈등은 미국이 여전히 북한을 적대시하고, 중국은 법률적으로 북한의 동맹이라는 점에 있다. 한반도에서 미-중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진찬룽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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