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협정 시효 2년 연장
미, 한국 농축 권한엔 반대
핵주기 공동연구 등은 협력키로
정부 ‘공론화위원회’ 계획
미, 한국 농축 권한엔 반대
핵주기 공동연구 등은 협력키로
정부 ‘공론화위원회’ 계획
2014년 3월로 만료될 예정이던 한-미 원자력 협정의 시효가 2년 연장됐다.
외교부는 24일 새로운 한-미 원자력 협정에 △사용 후 핵연료의 효과적인 관리(재처리)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확보(우라늄 농축) △원전 수출 경쟁력 제고 등을 담보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시키기 위해 지난 16~18일 미국과 6차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기존 협정의 시효를 2년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미 두 나라는 2년 연장 기간에 오는 6월부터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만나 협상을 이어가는 한편, 핵주기 공동연구를 포함한 여러 양자·다자적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 정부가 주장한 재처리와 농축 권한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미국도 이 문제에 대해 한국과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파이로 프로세싱’ 등 기존 방식보다 핵 확산 위험이 적은 재처리 방식을 연구할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박노벽 원자력협정 개정협상 전담대사는 “우리 쪽에서 협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미국을 강하게 압박해 상당한 입장의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협정 연장으로 2년이라는 시간을 벌게 된 만큼 앞으로 사용후 핵연료 문제를 어떻게 다뤄나갈지를 두고 차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국내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지난 2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이 문제를 핵주권, 핵무장과 연계하는 바람에 문제의 본질인 사용후 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토론은 거의 이뤄지지 못해왔다.
우리 정부는 이미 사용후 핵연료를 파이로 프로세싱 방식으로 재처리해 핵폐기물의 양을 줄이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플루토늄을 소모하기 위한 고속 증식로 건설 사업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일본의 경우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에 재처리 공장을 짓는 데 2조3천억엔(약 27조60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애초 1997년으로 예정돼 있던 완공 일정을 무려 18차례나 연기하고도 아직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이 추진중인 파이로 프로세싱 방식은 일본 방식과 달리 아직 검증되지 않은 최신 기술이어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시험 단계의 고속 증식로인 ‘몬주’도 가동중 여러 문제가 발생해 일본 정부는 상업화 목표 연도를 2035년에서 2050년으로 연기한 상태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한국이 미국의 핵 확산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기술을 제시해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가 농축 권한을 갖겠다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1년 12월)을 공식 폐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비핵화 공동선언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최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시작점으로 언급한 2005년 9·19 공동선언의 논리의 시작점이어서 이것의 존폐를 둘러싸고 국내 여론이 첨예하게 엇갈려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는 앞으로 자문기구와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미국과 협상에서 우리의 입장을 정교하게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조만간 사용후 핵연료 관리방안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묻는 공론화 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기억하는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등은 지난해 원전 건설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까지 실시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협상 연장으로 2년 정도 시간을 갖게 됐으니 흥분을 가라앉히고 사용후 핵연료를 어떻게 다뤄나갈지 폭넓은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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