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베트남 방문 이모저모
호찌민 전 주석 묘소 찾아 목례
김대중 전 대통령 참배땐
“참전용사 가슴에 못박아” 비판
이번엔 전쟁 관련 언급 없어
호찌민 전 주석 묘소 찾아 목례
김대중 전 대통령 참배땐
“참전용사 가슴에 못박아” 비판
이번엔 전쟁 관련 언급 없어
박근혜 대통령은 베트남 국빈방문 이틀째인 9일 호찌민 전 주석 묘소를 참배하고, 베트남 권력서열 1~4위 인사들을 모두 만나는 등 1시간 단위의 촘촘한 일정을 소화했다.
박 대통령의 호찌민 묘소 참배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4번째이지만, 다른 의미에서 눈길을 끌었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은 베트남에 한국군을 파병했지만, 딸인 박 대통령은 우리 군대에 맞섰던 호찌민 전 주석의 묘를 찾아 참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묘소에서 팜티하이쭈옌 노동보훈사회부 장관과 함께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라고 적힌 리본을 가지런히 한 뒤 목례로 예의를 표했다. 참배 뒤 호 전 주석의 집무실도 둘러봤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1998년 호찌민 묘역을 참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본의 아니게 베트남 국민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당시 한나라당 부총재인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인터넷 누리집에 “참전용사의 가슴과 대한민국의 명예에 못을 박는 것과 같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참배 뒤 박 대통령은 공식환영식과 단독 정상회담, 확대 정상회담 및 협정 서명식을 한 데 이어, 양국 정상 공동기자회견과 총리 주최 오찬에 참석한 뒤 국회의장과 당서기장을 면담했다. 베트남은 국가주석과 공산당 서기장, 국회의장, 총리 등 4명의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는데, 박 대통령은 하루 동안 국가서열 1~4위 인사들을 모두 만났다.
특히 쯔엉떤상 국가주석과 응우옌떤중 총리는 박 대통령에게 이례적인 ‘환대’를 베풀었다고 한다. 상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사돈의 나라”라며 “다문화 가정 출신 2세와 3세들 중에서도 한국 국회와 정계에 진출하는 훌륭한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건넸고, 박 대통령도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두 나라 정상은 회담을 통해 경제협력 분야에서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기도 했다. 100억달러 규모의 베트남 원전 개발에 행정부의 호의적인 반응을 끌어냈으며, 베트남 남부지역의 화력발전소 건설사업 등 에너지 인프라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도록 협력·지원하기로 했다. 또 베트남 정부는 중꽛 석유비축사업에 한국의 석유공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협력·지원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하노이 사무소 설치와 국내 시중은행의 베트남 진출 등 향후 지속적인 금융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노이/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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