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김정일에만 썼던 표현
북한이 장성택 조선노동당 행정부장 숙청과 동시에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를 ‘위대한 영도자’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 호칭은 그동안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만 사용해온 것이다. 전날 숙청 사실을 공식 발표한 장성택 부장에 대해서는 매체와 주민들을 동원해 대대적인 낙인찍기에 나섰다.
북한은 지난 8일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 당시 회의장 정면 벽면에 ‘우리 당과 인민의 위대한 영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라는 대형 글귀를 걸어놨던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을 통해서다. 지난 6일치 당 기관지 <로동신문> 1면 사진에도 ‘위대한 영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라고 적힌 붉은 펼침막이 보인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지난 1일에도 ‘우리 당과 인민의 위대한 영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라고 쓰인 대형 펼침막을 방송했다. 그동안 북한은 김 제1비서를 ‘경애하는 원수님’, ‘최고 영도자’ 등으로 불렀고 ‘위대한 영도자’라는 호칭은 오직 김 주석과 김 위원장에게만 써왔다.
그러나 북한 매체들이 공식적으로 김 제1비서를 ‘위대한 영도자’라고 부른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호칭의 변화는 장 부장 숙청과 함께 김 제1비서의 1인 지배 체제가 확고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로동신문>은 전체 당원과 주민들이 장 부장 숙청을 전적으로 지지·찬동하고 있다며 이들의 반응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이런 보도는 주민 동원을 통해 장 부장의 숙청이 당 고위간부는 물론 주민들에게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대중조작’으로 풀이된다.
이날 <로동신문> 4면에 실린 기사에는 기업소, 공장, 협동농장, 대학, 지방당 등에 소속된 10여명이 등장해 장 전 부장을 극렬하게 성토했다. 김성윤 국가과학원 수학연구소장은 김정은 제1비서를 태양에 비유하며 “감히 장성택 따위가 하늘의 해를 가리워 보자고 헛손질하다니 될 말인가”라고 말했다. 평양화력발전연합기업소의 리영성 열관리공은 “당장이라도 장성택과 그 일당의 멱살을 틀어잡고 설설 끓는 보이라(보일러)에 처넣고 싶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이 신문은 또 사설에서 장 부장을 해임한 당 정치국 확대회의가 “김정은 제1비서를 중심으로 한 당의 조직 사상적 통일을 더욱 강화해 나가는 데서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 모든 당원과 군인, 인민이 ‘김정은 동지밖에는 그 누구도 모른다’는 신념을 지니고 혁명 작업에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의 기관지인 <조선신보>도 장 부장에 대해 “용납 못할 만고대죄를 지었다”고 보도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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