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1일 일본 도쿄의 외무성 이쿠라 공관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싸고 3년 넘게 대립해온 한·일 양국이 21일 도쿄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각각 서울과 도쿄의 상대방 대사관에서 열리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동안 꽉 막혔던 한-일 관계가 개선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1일 오후 일본 외무성 이쿠라 공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만나 위안부 문제, 정상회담, 조선인 강제노동 역사가 담긴 일본 산업유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 양국간 주요 현안에 대해 만찬을 합쳐 약 세 시간에 걸쳐 의견을 교환했다. 한국 외교장관의 방일은 2011년 5월 이후 4년 만이다.
윤 장관은 이날 회담 이후 도쿄 지요다구 데이코쿠(제국)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양국의 상호 관심사에 대해 우호적인 가운데 허심탄회하게 건설적인 토의를 했다. 특히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문제와 관련해선 양국 외교장관이 한·일 양국이 유네스코의 책임 있는 회원국으로 이 문제를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자는 공통인식을 갖고 이 문제를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심을 모은 위안부 문제에 관해선 “현재 국장급 협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사항은 나중에 더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혀 기대한 만큼의 진전이 없었음을 내비쳤다.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에서 나란히 앉아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한겨레 자료사진
그러나 윤 장관의 이번 방일을 계기로 양국에선 관계 개선을 예고하는 신호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자료를 내어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저녁 일본 정부 주최로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 “도쿄에서 개최되는 한국 정부 주최 기념 리셉션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라며 “한·일 두 나라 정상의 이번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 참석은 양국 관계를 앞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수교 50주년 기념 만찬에 양국 정상이 참석하기 하기로 한 것은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을 반영한 것”이라며 “올 하반기에 기시다 외상을 한국에 초청했고, 기시다 외상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국 정상회담 실현 여부를 두고선 “아직 시기에 대해 말할 상황은 아니고 대화에 대해선 열려 있기 때문에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실현까진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인식을 내비쳤다. 윤 장관의 이번 방일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개선의 물꼬를 텄지만, 본격적인 관계 정상화까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밝힌 것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손원제 석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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