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먼저 큰 틀 제안
일본 막판 수용 효과 극대화
일본 막판 수용 효과 극대화
한-일 양국 정상의 22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 교차 참석은 3년 넘게 경색됐던 한-일 관계의 전환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은 이번 한-일 외교 행사는 어떤 과정을 통해 성사됐을까?
정부 당국자는 23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교차 참석은 한국이 먼저 타진을 했고, 일본 쪽에선 ‘좋긴 한데 (일본 국회 내) 안보법제 심의 문제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너무 바쁘다.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일본으로부터 ‘참석하는 쪽으로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이날 일본 <아사히신문>도 비슷한 경위를 보도했다. 지난 19일 스기야마 신스케 일본 외무심의관의 방한과 연관이 있었다거나,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 사이 ‘비선 라인’이 물밑 조율을 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정부는 정면 부인하는 분위기다.
결국 한국 쪽에서 먼저 양국 정상의 교차 참석과 관련해 큰 틀의 제안을 했고, 일본 쪽이 막판까지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다 전격적으로 참석을 결정하면서 효과를 극대화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 덕에 양국은 군 위안부 문제 등 핵심 현안에서 사실상 큰 진전이 없었음에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관계 개선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었다.
아베 총리는 22일 도쿄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해 이런 외교 줄다리기가 있었음을 추측하게 하는 발언을 남겼다. 그는 “오늘은 국회 결산위원회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 자리에 늦지 않도록 여야 의원들의 협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3일 태평양전쟁 오키나와 전투 전몰자 추도식이 열린 오키나와를 방문해서는 “(한-일) 관계 개선의 움직임을 살려 일-한 정상회담으로 연결해 양국 관계를 개선·발전시켜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정치적 곤궁에 빠진 상태에서 행사 참석을 타개책으로 활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안보법제 논의 과정에서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아베 총리가, 마치 한-일 외교에서 큰 성과를 낸 듯이 국내 정치에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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