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일 오전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나가는 서울 광화문 도로 앞과 가로수 위에서 한-일 군사협정 체결 중단을 촉구하는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위안부 문제 ‘협의 가속화’ 지시
2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년 반 만의 양자 정상회담에서 ‘최대 난제’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논의한 결과라며 양국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단 한 문장이다. “양 정상은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협의의 원칙·방향·내용·주체·시기에 대한 언급이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분이 합의한 내용이라 추가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에 상당한 진전이 있다”던 박 대통령의 지난 6월 발언(<워싱턴 포스트> 6월11일치 인터뷰)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박 “피해자 수용, 국민이 납득해야”
아베 “장래세대 장애 남겨선 안돼” ‘1965년 최종 해결론’ 연장선 머물러
전문가들 ‘평행선’ ‘무기연기’ 평가 일본 ‘추가조처 필요성 첫인정’ 불구
타결전제·기한 정해진것 없어 ‘험난’ 결렬은 아니되 진전이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해법 모색의 큰 원칙과 방향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봉’에 가깝다. 한-일 정부는 두 정상 사이에 “솔직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밝혔다. 외교적 수사로서 ‘솔직’이란 서로 할 말을 했다는 뜻으로, 접점을 넓혀가는 협의라는 뜻의 ‘실무적’이란 표현과 대비된다. 실제 두 정상의 발언과 회담 뒤 일본 쪽의 추가 설명을 보면 접점의 여지가 넓지 않다. 박 대통령은 단독회담에 이어 진행된 확대회담 머리발언에서 “아픈 역사를 치유할 수 있는 대승적이고 진심 어린 회담”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미래지향적 일-한 관계”만 거듭 강조했다. ‘과거사 극복’이나 ‘아픈 역사 치유’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간극이 넓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양국 관계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임을 지적하고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고,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1월12일)에서 밝힌 대일 요구 수준과 같은 것이다. 반면 아베 총리는 회담 뒤 일본 기자만을 대상으로 한 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는 미래 지향의 협력 관계를 구축해가는 데 장래 세대에게 장애를 남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의 언급은 ‘1965년 한-일 협정으로 식민지배의 모든 법적 책임은 종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기본 견해를 전제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추가 조처’가 필요하다면 한국 정부가 더는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는 이른바 ‘최종 해결론’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회담 결과를 두고 “평행선”(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이라거나 “(위안부 문제 해결의) 무기한 연기”(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라는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먼저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나 “장래 세대에게 (위안부 문제라는) 장애를 남겨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사실을 근거로, 나름의 적극적 해결 의지를 밝혔다고 평가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관방부장관은 회담 뒤 일본 기자를 상대로 한 회견에서 “소위 위안부 문제”라면서도 ‘추가 조처’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는 “(종전) 70년 담화(아베 담화)에서 언급한 대로 (위안부로서) 인권이 유린된 여성의 존재는 총리나 일본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보상이 끝났다는 문제와 인도적 견지에서 여러 후속 조처를 하는 것은 분리해 인식해줬으면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베 정부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추가 조처’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의 태도가 고노 담화 이후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던 때로 사실상 돌아간 셈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다만 두 정상이 ‘지시’한 ‘협의 가속화’의 결과가 어떨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하기우다 관방부장관은 “되도록 빨리 하자는 거지 최종 타결을 전제하거나 기한을 정하고 하는 건 아니다”라며 “당분간은 지금까지처럼 국장급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타결을 전제하거나 기한을 정한 ‘협의 가속화’가 아니라는 뜻이다. 갈 길이 멀다. 이제훈 최혜정 김외현 기자 nomad@hani.co.kr,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아베 “장래세대 장애 남겨선 안돼” ‘1965년 최종 해결론’ 연장선 머물러
전문가들 ‘평행선’ ‘무기연기’ 평가 일본 ‘추가조처 필요성 첫인정’ 불구
타결전제·기한 정해진것 없어 ‘험난’ 결렬은 아니되 진전이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해법 모색의 큰 원칙과 방향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봉’에 가깝다. 한-일 정부는 두 정상 사이에 “솔직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밝혔다. 외교적 수사로서 ‘솔직’이란 서로 할 말을 했다는 뜻으로, 접점을 넓혀가는 협의라는 뜻의 ‘실무적’이란 표현과 대비된다. 실제 두 정상의 발언과 회담 뒤 일본 쪽의 추가 설명을 보면 접점의 여지가 넓지 않다. 박 대통령은 단독회담에 이어 진행된 확대회담 머리발언에서 “아픈 역사를 치유할 수 있는 대승적이고 진심 어린 회담”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미래지향적 일-한 관계”만 거듭 강조했다. ‘과거사 극복’이나 ‘아픈 역사 치유’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간극이 넓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양국 관계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임을 지적하고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고,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1월12일)에서 밝힌 대일 요구 수준과 같은 것이다. 반면 아베 총리는 회담 뒤 일본 기자만을 대상으로 한 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는 미래 지향의 협력 관계를 구축해가는 데 장래 세대에게 장애를 남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의 언급은 ‘1965년 한-일 협정으로 식민지배의 모든 법적 책임은 종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기본 견해를 전제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추가 조처’가 필요하다면 한국 정부가 더는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는 이른바 ‘최종 해결론’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회담 결과를 두고 “평행선”(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이라거나 “(위안부 문제 해결의) 무기한 연기”(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라는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먼저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나 “장래 세대에게 (위안부 문제라는) 장애를 남겨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사실을 근거로, 나름의 적극적 해결 의지를 밝혔다고 평가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관방부장관은 회담 뒤 일본 기자를 상대로 한 회견에서 “소위 위안부 문제”라면서도 ‘추가 조처’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는 “(종전) 70년 담화(아베 담화)에서 언급한 대로 (위안부로서) 인권이 유린된 여성의 존재는 총리나 일본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보상이 끝났다는 문제와 인도적 견지에서 여러 후속 조처를 하는 것은 분리해 인식해줬으면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베 정부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추가 조처’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의 태도가 고노 담화 이후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던 때로 사실상 돌아간 셈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다만 두 정상이 ‘지시’한 ‘협의 가속화’의 결과가 어떨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하기우다 관방부장관은 “되도록 빨리 하자는 거지 최종 타결을 전제하거나 기한을 정하고 하는 건 아니다”라며 “당분간은 지금까지처럼 국장급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타결을 전제하거나 기한을 정한 ‘협의 가속화’가 아니라는 뜻이다. 갈 길이 멀다. 이제훈 최혜정 김외현 기자 nomad@hani.co.kr,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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