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현안 다뤄야 할 브리핑룸
반 총장 출마 시사에 질문 세례
“현재로선 계획없다” 해명 진땀
반 총장 출마 시사에 질문 세례
“현재로선 계획없다” 해명 진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시사 발언의 불똥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 브리핑장까지 튀었다. 반기문 총장이 25일 관훈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대선 출마 의지를 강력하게 시사한 뒤,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의 정례 브리핑 과정에서 기자들은 이 문제를 이틀째 물고 늘어졌다. 세계 모든 곳의 현안을 다뤄야 하는 유엔의 브리핑에서 사무총장의 처신이 쟁점이 되는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태 전개다. 현직 유엔 사무총장의 ‘정치 행보’를 둘러싼 논란이 국제 외교가의 쟁점으로 번질 조짐이다.
파르한 하크 부대변인의 25일(현지시각) 브리핑 때 한 기자는 유엔 사무총장의 퇴임 직후 정부직 진출을 제한한 유엔 1차 총회 결의 11(Ⅰ)호(<한겨레> 24일치 4면 참조)의 존재를 반 총장이 알고 있는지 따져물었다. 이 기자는 “인권변호사 출신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 결의의 존재를 거론했을 정도니 반 총장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반 총장의 반응을 알고 싶다”고 물었다. 그러나 부대변인은 “이 문제에 대한 총장의 발언은 매우 분명하다”며 “총장은 임기 종료 뒤에 무엇을 할지 현시점에서 아무런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고 답했다. 동문서답에 가깝다. 반 총장의 반응을 전하기는커녕 ‘결의 11(Ⅰ)호’를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이어 기자가 한국의 모든 신문이 ‘대선 출마 시사’라 보도한 사실을 상기시키자, 부대변인은 “총장이 말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피해갔다.
26일 논란이 재연됐다. 한 기자는 “그런데 김원수 유엔 군축고위대표 직무대리는 무슨 자격으로 반 총장의 방한 직전에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사전 브리핑을 한 것인가”라고 따져물었다. 이 기자는 “어떤 사람들은 그걸 정치적 행위(political work)로 받아들인다”고 짚었다. 유엔 고위 관리인 김 직무대리가 신분을 망각한 채 반 총장을 사적으로 돕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부대변인은 “반 총장의 한국 방문은 공식 출장이며, 김 직무대리는 수행원 자격으로 브리핑을 한 것”이라며 “총장의 한국행은 사적 여행이나 정치적 여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모두 즐거운 오후를”이라며 브리핑을 서둘러 끝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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