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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반기문, 대통령보다 더 큰 일에 쓰여야 / 김진현

등록 2016-06-20 16:21수정 2016-06-21 10:56

반기문- 이 이름 석 자 브랜드 상징은 단군 이래 한민족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작품의 하나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한민족사에서 세계기구 중에서도 최고기관의 최고직을 맡은 최초이며 어쩌면 유일한 이름이 될 것이다. 앞으로 100년을 더 기다려도 오기 힘든 이름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의 중심무대로 등장한 태평양·아시아(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출신으로서도 최초의 이름이며 앞으로 30년을 기다려도 이 지역에서 다시 나오기 어렵다. 6대주가 돌아가며 맡기 때문이다. 인도양 아시아에서는 미얀마 출신 우탄트 사무총장이 55년 전 한번 있었을 뿐이다.

그 반기문이 임기 7개월을 남긴 2016년 5월말 제주~서울~안동~경주 6일간의 행각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며 실망을 넘어 분노를 그리고 나라와 민족의 좌절을 보게 된다. 그 6일간의 행적과 행간에서 확인된 진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통령 욕심이 있다는 것을 공공연히 노출했다. 둘째 그가 참석한 행사와 동선과 언어는 총감독, 조감독, 각본작가, 조연들의 기획이 있었고 최소 1년 훨씬 이전부터 계획했다. 셋째 이 기획그룹이 짠 프로젝트는 내부 충성경쟁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권력변동 때마다 시류에 능란한 ‘기름장어명사’들이 주도해서 그랬는지는 확실지 않으나 ‘반기문 살리기’가 아니라 반기문 추락을 결과했다. 6일간 행적에 대한 국내 신문 사설은 보수·진보 모두 비판적이었고, 그 많은 칼럼들도 극소수의 해설식 전망을 제외하고는 역시 압도적으로 비판적이었다. ‘반기문’은 이렇게 남용, 낭비, 추락시켜서는 안 될 이름이다. 대한민국 정치개혁 제1의 공격대상인 그 신물 나는 한 ‘지역’ 대표로 추락시키고 추락하는 한 정파의 꽃가마 신부로 분장시키거나 버리고 참회해야 할 과거 기득권세력의 대역으로 몰락시켜서는 안 될 이름이다.

나는 ‘반기문’은 직업외교관 출신의 성공한 한 개인의 이름이 아니라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근대화 노력의 총체적 결실의 정상으로 보아왔다. 그리하여 그가 2013년 4월9일 로마법황청에서 프란시스코 법황과 만나는 사진을 기반으로 반기문 쪽으로 플뢰르 펠르랭(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 장하준(케임브리지대 교수) 손정의(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싸이박 같은 사회, 기업, 학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세계적 한인, 프란시스코 법황 옆으로 김용(세계은행총재) 고 이태석 신부 고 이종욱(전 세계보건기구 총장) 같은 인류 구원 봉사에 헌신한 한인들을 합성하여 Pax Koreana(한국형 평화모델) Pax Universa(지구촌 평화질서)의 새 꿈을 그렸다. 이 합성사진을 강의와 강연의 결론에 늘 비추었다. 한국의 고전적 운명, 즉 충돌 대결 분단의 ‘반도성의 비극’을 극복, 초월, 승화하여 가교, 조정, 균형, 통합의 반도성, 세계지구촌문제군 해결 ‘중심의 반도성’으로의 전환과 그 가능성을 강조해왔다.(사진 참조)

이 이미지는 교육용 교안으로 강연장 안에서만 사용할 목적으로 가공·편집했음을 밝힙니다.
이 이미지는 교육용 교안으로 강연장 안에서만 사용할 목적으로 가공·편집했음을 밝힙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대한민국 대통령보다 더 큰 일을 해야 한다. 그 과업을 단군 이래 한민족 고난의 최대 수혜자인 반기문은 마다않고 해야 한다. 그것은 대한민국 ‘특사’이다. 어떤 정권 정파의 대표나 대통령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기초적이고 또 백년대계를 위하여 반드시 극복해야 할 국가적, 민족적 명제는 남북문제, 통일, 외교안보 다루기에서 정파적, 이념적, 체제적 갈등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 국내 통합 없이는 통일의 기회가 와도 통일할 수 없고 국내총생산(GDP)가 10배가 늘어도 통일할 수 없고 친미(親美) 연중(聯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지속 불가능한 구조적, 실체적 고통을 극복할 수도 없다. 그것은 독일의 경험과 독일 친구들의 조언에서도, 한국을 제일 잘 아는 미국과 일본 친구들로부터도 귀가 따갑게 듣는 소리이다. 지금 국내정치와 외교 안보 리더십으로는 문명사적 대격변속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당사자들이 그리고 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더 잘 안다.

반기문의 리더십은 바로 이 나라 명운을 건 이 과제, 즉 통일과 외교 안보 담당 대한민국 특사로서 국내 통합의 리더십 그리고 밖으로 대한민국 대표 세계적 기름장어가 되는 것이다. 대외적 형식은 정부 임명이어야겠지만 반기문을 리더십으로 각 정당의 대표와 국회 대표들이 복수로 참여하고 정부 대표도 참여하는 초당적, 범시민적, 범정부적, 범국가적 기제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다. 정치권이 앞장서지 않으면 민간이 중심이 되어 반기문이 국가특사로 정권이 바뀌어도 활동할 수 있게 지속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 반기문은 노무현 대통령에 의하여 발탁된 유엔 사무총장 후보이었으니 초당적 협조를 얻는데도 본인이 초정파적 자세만 견지하면 그 누구보다 적합할 수 있다.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만이 아니라 앞으로 점점 세계문제 핵심지역으로 등장하는 동북아시아- 구체적으로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지정학적 리스크뿐 아니라 보다 실존 생태적 문제군인 원자력 에너지, 식량, 바다, 환경, 기후변화 문제들의 지구촌 중심으로서 궁극에서는 다자간 공동 협력체제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과정에 있다. 이때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인물로는 중국, 일본에서 골라도 단연 10년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의 외교적 경험, 연륜, 명성, 권위를 견줄 자가 없다. 대한민국이 키웠고 한민족이 동북아의 중심성 리더십을 상징할 수 있는 브랜드가 반기문이다. 반기문을 살려야 한다. 반기문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과 민족통일과 동북아의 지속가능한 평화의 중심세우기를 위해서이다.

2016년 5월 6일간의 행적을 비판한 국내 미디어 보도만 갖고도 반 총장은 그의 국내뿐 아니라 외국으로부터도 유엔총회 1946년 결의(퇴임 직후 정부직 진출 제한) 위반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기문도, 국민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제 하루빨리 반 총장은 현재 그리고 퇴임 후에도 직접이든 간접이든 정당활동, 즉 대통령 출마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언하고 국내에서는 퇴임 후 국가특사 동북아대표 모시기 운동을 준비하자. 그래야 영국과 유럽 기준에서 받는 반기문 총장에 대한 비난이나 도리 없이 한국 출신이기 때문에 동해 지명, 위안부 문제 등 한일 역사 정리에서 섭섭함을 느끼는 국내그룹의 불만도 예방할 수 있다. 반기문을 유엔에서 명예롭게 퇴임하도록 돕고 명예로운 민족자산으로 계속 키워야 한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전 과학기술처 장관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전 과학기술처 장관
대한민국 ‘특사’는 초특급 기름장어라야 한다. 국가간 관계,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에는 꼭 기름장어가 필요하다. 거기가 반기문을 부르고 있는 곳이다. 지금 국내 정치개혁의 담당자는 몸을 던지는 결단과 마이클 샌들의 정의론에 열광하고 헬조선에 좌절한 양극화 소외자들과 젊은이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연대와 동감의 리더십이다. 기름장어 리더십은 아니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전 과학기술처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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