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12·28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따라 위안부 재단 설립 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가 31일 오전 서울 세종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회의실에서 열렸다. 준비위원장인 김태현 성신여대 명예교수(오른쪽)와 위원들이 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전·현직 관료 6명 과반 차지해 논란
재단설립 뒤 재단 이사로 활동 예정
감시 피하려 무늬만 민간재단 꼼수
일 관방장관 “출연 시기 언급 곤란”
재단설립 뒤 재단 이사로 활동 예정
감시 피하려 무늬만 민간재단 꼼수
일 관방장관 “출연 시기 언급 곤란”
한국-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12·28 합의 이행을 위한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 설립 준비위원회(준비위)가 31일 서울 세종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1차 회의를 열고 공식 발족했다.
준비위는, 지원재단을 여성가족부의 허가를 받는 민법상 비영리법인으로 설립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7월 중 재단 출범에 필요한 일을 준비하는 주체다. 김태현 준비위원장 등 준비위원 11명은 재단이 설립되면 재단 이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준비위는 형식상 ‘정부 2명, 민간 9명’의 민간 주도지만, 실상은 전·현직 외교부·여성가족부 관료가 6명으로 과반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가 ‘민간 재단’의 형식을 취한 것은, 12·28 합의 이행 과정에서 국회의 감시와 견제를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많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속한 재단 설립”을 강조했다. 그러나 여소야대인 20대 국회 첫날인 30일, 더불어민주당의 남인순 등 의원 19명은 재협상을 촉구하는 ‘1호 결의안’을 발의했다. 위안부 생존 피해자 29명 등도 12·28 합의가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김태현 준비위원장은 1차 회의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자와 함께하는 재단이 되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밝힌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관련 단체는 이날 연대 성명을 내어 “잘못된 합의의 강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준비위가 염두에 둔 ‘화해치유재단’(가칭)과, 피해 당사자와 정대협 등이 12·28 합의에 반대해 100억원 시민 모금 방식으로 설립을 추진하는 “일본군 ‘위안부’ 정의와 기억 재단”은 명칭만으로도 그 성격이 판이하다. ‘화해치유재단’이 12·28 합의에 따라 이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전제로 ‘치유’를 앞세운다면, ‘정의와 기억 재단’은 ‘전시 성노예 국가범죄’라는 진실의 확인과 이를 전제로 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과 사죄라는 ‘정의로운 해결’을 추구한다.
‘지뢰’는 많다. 김태현 준비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일본 정부가 재단에 출연할 10억엔(107억원)은 “치유금이지 결코 배상금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12·28 합의 직후 외교부 당국자의 “사실상 배상금의 성격”이라는 설명과 상충할뿐더러, ‘위로금’이라는 일본 정부의 성격 규정에 상대적으로 가깝다. 재단이 설립되면 구체화할 10억엔의 사용처와 관련해 한-일 간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세코 히로시게 일본 관방부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약속한 10억엔의 출연 시점과 관련해 “재단을 설립하는 세부(내용)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거출(출연)의 타이밍을 직접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직답을 피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소극적인 태도는 10억엔의 사용처 및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문제를 둘러싼 한-일 정부의 이견 때문으로 보인다.
이제훈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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