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정부, 위안부재단 10억엔 출연 각의 결정

위안부 합의 이행 본격화
외교부 “양국 신뢰 강화”

한·중, 중·일 외교장관회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 데 비해 한·일 외교장관회담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일본 정부가 24일 ‘10억엔 거출’을 각의에서 결정해, 한·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12·28 합의가 집행 단계에 들어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과 회담한 뒤 특파원 간담회에서 “12·28 합의 이행 노력, 화해·치유재단이 성공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며 “양국의 신뢰가 강화·확산되는 분위기를 여러 측면에서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각의를 열어 12·28 합의 이행을 위해 한국 정부가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재단)에 일본 정부가 출연하기로 한 10억엔을 올해 예산의 예비비에서 지출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자금의 지출이 완료되면 일본의 책무는 수행한 것이 된다”고 강조했다. 스가 장관은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비’(소녀상) 철거 여부에 대한 일본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의 노력을 포함해 일·한 합의의 착실한 실시를 요구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10억엔이 지급되면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되는 것이며, 일본이 소녀상 철거를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뜻이다.

10억엔의 사용처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피해자 직접 수혜 방식의 일시금 지급 등을 선호하지만, 일본 정부는 “의료·간호 비용 등 사업비”(기시다 외상)로 한정하고 싶어한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회담 뒤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 채 “(한·일) 협의 결과를 조만간 당국자 차원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