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20일(현지 시각) 오후 아버지 시신을 인수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고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이날 밤 쿠알라룸푸르 병원 앞에 김정남 시신을 확인하러 올 김한솔을 기다리는 취재진과 김한솔을 경호하기 위해 준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경찰특공대로 삼엄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김한솔이 김정남의 시신을 확인했는지는 21일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46)의 주검은 어디에 묻히게 될까? 주검 인수 문제로 북한 당국과 말레이시아 정부가 공개적으로 신경전을 펼칠 만큼, 외교적 파장이 만만치 않은 복잡미묘한 문제다.
안치 장소는 주검을 인수할 당사자한테 결정 권한이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주검을 넘기라는 북한 당국의 거듭된 요청을 뿌리치며 ‘유족 우선’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20일 오후부터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22)이 말레이시아에 입국해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압둘 사마 맛 말레이시아 셀랑고르 지방경찰청장은 “지금까지 주검 인도를 요구한 유족은 없다”고 말했다고 싱가포르 보도채널 <채널 뉴스아시아>가 21일 전했다. 끝내 유족이 나타나지 않으면 북한 당국이 김정남의 주검을 인수해 북한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김한솔 등 유족이 인수 의사를 밝히면, 유전자(DNA) 정보 확인 절차를 거쳐 주검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유전자 정보 확인에는 일반적으로 2주 정도 걸린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주검을 아들인 김한솔이 인수하게 되면 경우의 수가 복잡하다. 가능한 안치 장소는 셋 정도다. 첫째, 아버지와 자신의 출생지인 북한. 아버지와 자신이 오랜 세월 사실상 국외 떠돌이 생활을 해왔고, 아버지의 피살 배후로 북한 당국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희박하다. 둘째, 어머니(이혜경)와 여동생(김솔희)이 거주하는 마카오(중국 특별행정구). 이 경우 중국 정부의 지원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중국 정부는 지금껏 김정남의 신변 안전을 챙기며 사실상 ‘후견국’ 노릇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중국이 북한과 외교적 마찰을 감수하며 주검 인수·안치 과정에 깊이 개입하려 하지 않으리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한 질문에 “관련된 이들이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기를 바란다”며 짐짓 ‘제3자적 태도’를 견지했다. 사건 발생지인 말레이시아가 주검 안치 장소의 대안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사정 탓에 유족이 주검을 인수하면 화장 절차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주검 국외 이송엔 여러 복잡한 문제가 있어 화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국외 사망 때 주검 인수에 관여한 경험이 많은 정부 관계자는 “화장을 하면 화장증명서만 있으면 항공사 검안 정도로 유골의 국외 이송이 가능하다. 반면 화장하지 않고 주검을 국외로 이송하려면 (김정남은 북한 국적자이므로 제3국인) 해당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해 문제가 복잡해진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김정남의 주검을 북한 당국이 인수하면 북한으로 갈 가능성이 높고, 김한솔 등 유족이 인수하면 화장 절차를 거쳐 마카오로 갈 가능성이 높지만, 추가 외교 갈등을 피하려 사건 발생지인 말레이시아에 안치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제훈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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