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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리비아 한국인 납치’ IS세력 아닌 지역 무장단체로 추정

등록 2018-08-01 18:51수정 2018-08-01 21:24

현지서 일하던 한국인 1명 27일째 억류
납치범들 협상 통한 석방 관심 추정
애초 한국인을 표적 삼진 않은 듯
피랍 한국인 20년 넘게 현지체류

“리비아 정부가 부족 세력 설득중”
외교부 “조만간 요구사항 제시할 것으로 예상”
정부, 인근해역에 청해부대 보내
1일 공개된 동영상에서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밝힌 남성 1명이 플라스틱통을 들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1일 공개된 동영상에서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밝힌 남성 1명이 플라스틱통을 들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리비아에서 한국인을 납치한 무장단체의 정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납치 동기나 요구사항 역시 명확하지 않다. 무장단체가 올린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에서도 이와 관련한 언급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한국인을 포함한 4명의 인질이 모두 구조를 호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은 협상을 통한 석방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장단체가 조만간 요구사항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외교부 당국자의 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리비아 정부는 무장단체가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같은 이슬람주의 세력이기보다는 지역을 장악한 부족세력의 통제를 받는 무장민병대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리비아 정부로부터 무장단체의 성격, 은신처와 관련해 일관된 설명을 듣고 있다”며 “무장단체가 은신한 부족세력을 설득하는 과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족의 원로나 친인척을 통해 무장단체에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장단체가 특별히 한국인을 표적으로 삼았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한국인 남성은 동영상에서 필리핀인 인질에 이어 두 번째로 구조를 호소한다. 무장단체가 한국인 인질을 특별히 앞세우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무장단체가 난입한 외국인 캠프에는 필리핀 등 다른 국적의 노동자들이 주로 묵었다. 납치된 한국인 남성은 20년 넘게 리비아에 체류하면서 현지 사정에 익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영상을 보면, 한국인 남성은 수염이 더부룩했으며, 맨발에 샌들을 신고 연두색 줄무늬가 있는 셔츠를 입고 있었다. 목이 마른 듯 플라스틱통을 들어 물을 마시기도 했다. 구조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뚜렷해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동영상이 오른 <218뉴스> 페이스북 계정은 팔로어가 7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장단체가 동영상의 확산을 바라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비아 정부는 국가최고위원회에 부총리가 지휘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인질 구출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리비아 정부는 대수로 사업에 기여한 한국에 특별한 책임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납치세력과는 직접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리비아 정부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리비아에는 알카에다 등과 연계된 이슬람계 무장단체를 포함해 1700개가 넘는 무장세력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부족세력의 무장민병대도 다수가 활동하면서 납치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리비아 남서부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터키인 직원들이 납치돼 7개월 만에 풀려났다. 2014년 1월에는 한석우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무역관장이 트리폴리 시내에서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됐다 사흘 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정부는 한국인이 납치된 직후 청해부대를 인근 해역으로 출동시키는 등 총력태세에 들어갔다.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언론에는 보도 유예를 요청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리비아가 여행금지국이고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많은데다 청해부대 이동이 알려지면 표적이 될 수 있어 보도 유예를 요청했다”며 “동영상이 공개된 이상 이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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