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국방부 차관(왼쪽)과 조세영 외교부 차관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외교부가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유출한 주미대사관 외교관과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형사고발하기로 한 것은 정상 통화 내용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외교기밀이기 때문이다. 정상 간 통화 내용은 법령에 근거한 외교부 규정과 분류지침에 따라 ‘3급 비밀’로 분류돼 있다.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 4조 ‘비밀의 구분’ 항목을 보면, 정부 부처가 다루는 비밀은 중요도와 가치에 따라 3단계로 분류된다. △1급 비밀은 누설될 경우 대한민국과 외교관계가 단절되고 전쟁을 일으키며, 국가의 방위계획·정보활동 및 국가방위에 반드시 필요한 과학과 기술의 개발을 위태롭게 하는 등의 우려가 있는 비밀 △2급 비밀은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막대한 지장을 끼칠 우려가 있는 비밀 △3급 비밀은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비밀이다.
이를 근거로 각 부처의 장이 세부 분류지침을 마련하게 돼 있는데, 주로 외교·국방 관련 사항이 비밀로 분류된다. 외교부는 외교부 보안업무규정 시행세칙에 따라, 국방부는 군사기밀보호법 시행령으로 해당 부처가 다루는 비밀을 분류한다. 외교부 내에 기본 분류 지침표가 작성돼 있는데, 그 구체적 내용 자체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비밀이다. 외교관들은 1·2급 비밀은 극소수이고, 외교 관련 정보의 많은 부분이 3급 비밀로 분류된다고 말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는 상대국이 있기 때문에 정상 통화뿐 아니라 상대국과 정보를 교환한 내용의 상당 부분이 3급 기밀”이라며 “비밀이 보장된다는 신뢰가 없다면 외교관들끼리 상대를 믿고 민감한 정보를 공유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핵심적인 정보가 포함되는 정상회담이나 정상 통화의 구체적 발언 내용은, 양국이 공개하기로 합의한 내용이 아니면 3급 비밀로 분류된다. 미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정상회담이나 정상 통화의 구체적 내용은 비밀로 규정하고, 무단 유출은 엄격히 처벌한다. 이 당국자는 “정상 간 통화나 회담 내용 가운데는 안부를 묻는 등의 일상적인 부분도 있지만 민감한 정보들이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문서 전체를 비밀로 지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가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안보 사항, 비핵화 협상, 북한 관련 정보 등을 다루는 상황에서, 정상 간 통화가 통째로 유출된 이번 사건이 한-미 간 신뢰를 깨고 공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상 통화는 물론 한-미 외교장관이나 외교관들이 북한이나 비핵화 협상 등에 대해 주고받은 정보도 3급 비밀로 분류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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