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6일 도쿄에서 열리는 쿼드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4일 워싱턴을 출발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갈무리
‘중국 포위’를 위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 실행을 위한 지역 협력 틀인 ‘쿼드’(Quad)에 대한 미 국무부의 견해가 다소 온건하게 조정된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 등 주요국들의 ‘이견’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해부터 미·일 주도로 구체화되기 시작한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 4개국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 구상이 단숨에 세계적인 관심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지난 8월 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미국-인도 전략동반자포럼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엔 “분명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나 유럽연합(EU)과 같은 다자구조가 없다. (쿼드라 불리는) 4개국이 먼저 시작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라고 발언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불과 한달 여 뒤인 지난 2일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태 차관보는 쿼드를 “같은 생각을 가진 동반국들이 역내(sub-regional) 문제에 대한 협력을 심화하고 보다 긴밀히 조율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기 위한 비공식 그룹”이라고 정의하면서 “쿼드의 멤버십은 구속력 있는 의무가 아닌 공동의 이익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불과 한달 새에 미국의 견해가 나토와 같은 배타적인 집단안보체제로 나아가는 ‘첫 걸음’에서 이익을 함께하는 국가들이 모인 ‘비공식 그룹’으로 조정된 것이다.
쿼드에 대한 미국의 견해가 다소 온건해 진 것은 비건 부장관의 발언 이후 곳곳에서 쏟아진 이견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표적으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아시아소사이어티가 개최한 화상회의에서 쿼드에 대해 “다른 국가(사실상 중국을 지칭)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그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쿼드 구상에 가장 적극적인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지난달 12일 자민당 총재 토론회 과정에서 ‘아시아판 나토’ 구상에 대해 “반중 포위망이 될 수밖에 없다. 전략적으로 옳지 않다”고 말해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미-일 동맹을 안보의 기축으로 삼을 수밖에 없지만, 중-일 관계 역시 우호적으로 가져가기 원하는 고민이 담긴 발언이었다. 그러자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은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지면에 실린 인터뷰에서 “아세안(ASEAN) 등의 국가는 미-중 중 택일을 원치 않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 선택을 압박하고 있다. 반중을 선동하는 듯한 말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도 비동맹 전통이 깊은 인도, 미-중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 중인 한국과 아세안의 반대로 쿼드를 중국을 배제하는 배타적인 안보 협의체로 격상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쏟아진 바 있다.
하지만 쿼드를 통해 ‘반중 포위망’ 구축을 원하는 미국의 구상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이라는 비상 상황 속에서도 6일 도쿄에서 예정된 쿼드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워싱턴을 출발하며 기자들에게 “우리의 쿼드 파트너들과 만나는 것은 우리가 준비해 온 프로젝트였다. 우리는 매우 의미 있는 발표, 중요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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