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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문재인 대통령, 멈춰선 ‘평화열차’ 출발시킬까

등록 2021-01-04 04:59수정 2021-01-04 10:40

북-미 불신, 미-중 대립 변수
첫 정상회담서 설득 나서야

“외교 면에선 1월 미국에서 바이든 새 행정부가 들어서게 되는데, 이런 과도기 때문에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 모두 정체 상태에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때까지 특별히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새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북-미 대화나 남북 대화가 다시 더 추진력을 가질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문재인 대통령 5부 요인 간담회 머리발언)

2021년을 맞아 1년4개월 정도 임기를 남겨둔 문재인 정부는 정체 상태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 대한 문 대통령의 정세 평가는 지난 12월22일 5부 요인 간담회 머리발언에 간략히 정리돼 있다. 대화가 정체된 원인을 미국의 리더십 교체 탓으로 돌리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면 ‘대화가 다시 추진력을 가질 수 있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와 북 사이에 불신의 벽이 높은데다, 새해에도 이어질 미-중의 전략 대립과 좀처럼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한-일 갈등 등 부정적 변수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황 반전의 키를 쥔 것은 한국이 아닌 “바이든 행정부 출범 때까지 특별히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조건절의 두 주체가 되는 미국과 북한이다. 결국, 한국의 역할은 기적적인 북-미 간 대화가 시작된 2018년 초처럼 불신을 극복하고 대화에 나서도록 양국을 설득하는 데 모아질 수밖에 없다.

먼저, 남북 관계다. 현재 남북 간에 얼마나 긴밀한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있는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지난해 9월 정상 간에 우호적 내용의 친서가 오갔다는 사실로 미뤄볼 때 6월 극한 대치 때 막혔던 소통 채널이 어느 정도 회복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10월10일 조선노동당 창당 75주년 기념식 열병식 연설에서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을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는 대남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정부 역시 ‘바이든 행정부를 자극하는 도발을 해선 절대 안 된다’는 뜻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이 1월로 예고한 제8차 당대회를 통해 공개할 새 대외 노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북이 도발하지 않고 대화 분위기 조성에 협력한다면, 미국이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북 정책을 짜 화답해야 한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등을 보면, 문 대통령은 미국에 북의 실무 협상가들이 핵 문제엔 ‘재량권이 없다’는 점을 들어 실무협상을 통한 ‘보텀업’보다 ‘톱다운’ 방식의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동맹 협조와 실무협상을 중시하는 바이든 당선자가 ‘트럼프식 톱다운 방식’에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한-미 간에 상당한 정책 조정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12월21일 북핵 외교를 전담하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교체하는 등 새 진용을 갖췄다.

한-미 간 정책 조율은 상반기에 이뤄질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1차로 마무리된다. 차분하고 꼼꼼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1년 1월 취임한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햇볕정책’에 협력을 설득하기 위해 보통 5~6월에 열리던 회담 일정을 앞으로 당겼다. 2001년 3월7일 열린 이 회담은 사전 준비 부족으로 큰 외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선례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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