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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한국 반도체·배터리·바이오 기업, 44조원대 대미 투자 계획 발표

등록 2021-05-21 23:28수정 2021-05-22 01:16

22일 문 대통령 참석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서
바이든 행정부 첨단산업 공급망 재편에 적극 호응 나서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참석해 한-미 기업 대표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참석해 한-미 기업 대표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한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4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첨단 산업 분야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한국 기업들이 적극 호응하고 나선 모양새다.

청와대는 21일 오전 9시(현지시각) 한-미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행사에 앞선 인사말에서 “미국과 한국은 70년간 이어온 굳건한 동맹을 바탕으로 경제와 산업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협력해왔다”며 “최근 코로나 위기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 안정적인 공급망이 필요하고,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를 갖춘 양국 간 경제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시너지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산업이다. 오늘 양국이 상호보완성을 기반으로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부가 추진 중인 한-미 백신 파트너십을 염두에 둔 듯 “한국 기업들은 세계 2위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코로나 백신 개발을 주도하는 미국 기업들과 함께 전 세계 백신 보급 속도를 높여갈 최적의 협력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 기업들은 초미의 관심사였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쏟아냈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공장 증축에 총 17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실리콘밸리에 10억달러를 들여 대규모 연구개발센터를 짓기로 했다. 엘지에너지 솔루션과 에스케이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기업들도 약 140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현대차도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과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해 74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된 투자액수를 합치면 무려 394억달러(약 44조4200억원)에 이른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들 첨단산업 분야에서 강점을 갖는 한국·일본·대만 등 동맹국들과 연대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재편해 중국과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위해 2월25일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히토류, 의료용품 등 4개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100일에 걸쳐 점검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사 역시 해당 분야에서 양국 기업들의 협력 강화를 구체화하려는 목적으로 미 상무부와 산업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것이다. 미국 정부를 대표해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양국은 의료·보건 기업을 통해서 백신을 제공하고, 그리고 반도체 공급망 기업과 전기차, 배터리 기업을 통해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기업들이 선두에서 전 세계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고,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미국 내에) 아주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엔 한국에선 문 대통령을 비롯해 문승욱 산업부 장관,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종현 엘지에너지솔루션 사장,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안재용 에스케이바이오사어언스 사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에선 러몬도 상무부 장관,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반도체)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키퍼 지엠인터내셔널(자동차) 대표,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백신) 최고 경영자, 에드워드 브린 듀퐁(반도체 소재) 최고경영자 르네 제임스 암페어컴퓨팅(팹리스-반도체 설계) 최고경영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윤형 기자, 워싱턴/공동취재단 charisma@hani.co.kr

■회의 참석한 주요 기업인들 발언 정리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 :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를 모두 하는 기업을 이끌고 있다. 바이오 등 3대 중점 산업의 대(對)미 투자를 확대하고, 미국 사회와 시민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으로 약속한다. 환경문제에도 중점을 두어 추진하겠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 정보기술(IT) 산업 발전에도 대단히 중요한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해 미국 기업과 동반성장하며 혁신에 활로를 찾겠다.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더리 투자를 계획 중이다. 이를 통해 양국 경제에 기여하겠다.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 수소기술 확충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2025년까지 74억 달러를 투자해서 전기차, 수소협력,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 내년까지 안정적인 친환경차 생산기반을 구축하겠다.

-김종운 엘지솔루션 사장 : 엘지의 미국 배터리 투자는 미국 배터리 산업의 역사다. 미국 연방정부에서 반도체와 같이 배터리 분야에도 적극적 지원을 요청한다. 핵심원료 소자 분야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하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 바이오 분야 위탁생산(CMO) 단일공장으로서는 세계 1위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연구개발(R&D)센터를 개설해, 양국 간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는데, 바이오 분야에서 미국 기업과의 새로운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

-안재용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 사장 : 노바백스와 긴밀히 협력해 조만간 안정적인 백신 생산기반을 구축하겠다. 미국의 첨단 바이오테크 파트너십을 강화해, 바이러스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겠다.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최고경영자(CEO) : 한국의 정보통신산업 발전 초기부터 한국과 함께해왔으며, 한국의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미래에도 투자를 늘려나가겠다.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 : 한국에 기술이전, 생산 협정 등을 통해서 안전한 생산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 원부자재 등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파트너십도 강화하겠다. 한국과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바란다.

-에드워드 브린 듀폰 최고경영자는(화상 참여) :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센터를 한국에 설립하는 등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소부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

-르네 제임스 암페어컴퓨팅 최고경영자 : 창업한 지 3년 반 된 젊은 기업이다. 어셈블리 테스트를 100% 한국에서 하고 있는데, 양질의 노동력으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스티브 키퍼 지엠인터내셔널 대표(화상 참여) : 엘지와 최신의 배터리 생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그동안의 협력에 감사드린다. 한미합작을 통해 혁신적 솔루션을 구축해 새로운 시대의 전기차를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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